'링'(Ring)은 끊임없이 재생산된다. 1998년 일본 나카다 히데오 감독이 만든 '링'은 일본에서 15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 '링 2' '링―라센'이 이어 제작됐고, 한국에서도 99년 신은경 정진영 주연의 '링'이 제작됐다. 이번에는 할리우드의 드림웍스에서 리메이크 판권을 사들여 같은 제목의 영화를 만들었다.제목이 없는 비디오 테이프를 본 사람이 1주일 뒤 죽어가는 설정, 아이가 비디오를 본 사실을 알게 된 엄마가 화급하게 수수께끼를 풀어간다는 설정은 꼭 같다. 시니컬한 부검의 대신 할리우드 판에서는 독신 엄마인 신문기자 레이첼(나오미 왓츠)를 돕는 사람으로 친구이자 아이의 아버지인 노아(마틴 핸더슨)가 설정됐다.
비록 함께 살지는 않는 아버지이지만 아이의 죽음을 막기 위해 아내와 고군분투한다는 내용이 관객에게 더 어필했는지, 10월 미국 개봉 당시 5주만에 1억 달러를 넘는 성공을 기록했다.
할리우드가 이 영화를 리메이크한 요인은 무엇보다 문명의 성과물이 공포와 죽음의 전도사 역할을 한다는 점.
아이가 비디오를 본 것을 목격한 레이첼이 거실마다 대형 TV가 놓인 아파트를 바라보는 장면은 의미심장하다. 여기에 죽음을 예견하는 것은 전화이며, 죽을 사람은 인화된 사진이나 CCTV에 흐릿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일본과 한국의 '링'이신들린 집안의 저주와 귀신의 한(恨)에 많은 무게 비중을 두었다면 할리우드판 '링'은 유아 학대에 더 무게를 싣는다.
더 많은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도 특징. 공포에 질려 숨진 피해자들의 경악할 만한 얼굴이나, 비디오 화면에 날아다니던 파리가 화면에서 빠져 나와 사건의 단서를 제공한다거나 비디오 속 여인의 음산한 이미지 역시 이전 어떤 영화보다 영화적으로 많은 충격을 준다. 우리 영화에서 배두나가 맡았던 우물 속에 매장된 귀신이 어린 소녀 사마라(다베이 체이스)로 더 어려진 것도 또 하나의 특징.
상투적이고 관습적으로 공포를 시작하는 전반부에 비해 중후반으로 갈수록 긴장감이 탄성을 회복하지만, 우리 관객에게 '세번째 링'이라는 사실은 역시 덜 매력적인 것만은 사실이다. 감독은 '멕시칸' '마우스 헌트'의 고어 버빈스키. 1월10일 개봉.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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