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 이후 상승세를 타며 '유종의 미'를 거둘 것으로 기대됐던 증시가 북한 핵 파문에 발목이 잡혀 폭락으로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북한 핵 파문과 이라크전쟁 위기감 고조에 따른 유가 급등 등 해외 악재가 부각되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가라앉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북핵 위기·수급불안 주요인
폐장일인 30일 국내 거래소 주가는 일부 투자자들이 투매현상까지 보이며 지난 주말보다 29.37포인트(4.47%) 폭락한 627.55로 마감했다. 20일 709.44에서 5거래일 만에 80포인트 이상 빠진 것으로 통상적인 지수흐름을 크게 이탈한 것이다.
이는 테러 직후의 주간 하락률 13.1%, 10월 저점 기록 당시의 9.7%에 이어 최근 2년래 세 번째에 해당하는 기록적인 낙폭이다. 코스닥지수도 18일 이후 7일 연속 하락하며 44.36으로 마감했다. 장중 한때 43.60까지 떨어져 10월 11일의 사상 최저치(43.65)를 갈아치웠다.
전문가들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된 데다 수급구조 악화에 따른 불안심리까지 가세, 폭락장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교보증권 김석중 상무는 "이라크전쟁 가능성에 북한 핵 문제가 겹치면서 주가가 폭락했다"며 "펀더멘털(경제 기초체력) 측면에서도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반도체가격이 약세를 보이는 등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최근 전쟁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는 이날 뉴욕상품거래소(NYMEX) 시간외 거래에서 2년래 최고가인 배럴 당 33.05 달러에 거래됐다. 안전자산 선호 경향으로 국제 금값도 3년래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다. 내년 1분기 세계경기 전망도 불투명하다.
북한 핵 문제가 제기된 이후에도 소폭이나마 매수세를 유지하던 외국인이 순매도로 돌아선 것도 부담스럽다. 그동안 관망하던 외국인들이 이날 1,500억원 가량을 순매도한 것은 불안한 한국정세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새해 1월 전망도 암울
이라크전쟁 가능성과 유가 인상 등은 일정 부분 시장에 반영된 만큼, 북핵 문제가 당분간 국내 증시를 짓누르는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따라서 매년 1월 주가가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1월 효과'도 불투명해졌다. 단기 급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은 기대할 수 있겠지만, 북핵 문제가 극적인 돌파구를 찾지 않는 한 투자심리 불안감이 쉽게 가시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폐장일 주가가 폭락으로 마감한데다 '산타랠리'와 '1월 효과' 기대감이 무산된 만큼, 당분간 탄력적인 주가 상승은 기대하기 힘들다"면서 "시장이 방향성을 잃어 안정을 되찾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신증권 성진경 연구원은 "이라크전쟁 가능성은 시장에 충분히 알려져 있어 막상 전쟁이 일어나도 주가하락 압력은 크지 않겠지만, 북핵 위기가 변수인데다 전쟁 발발 이전까지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미 증시의 조정 국면이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더욱이 내수 경기가 내년 상반기까지 침체를 지속할 전망인데다 원·달러 환율까지 거센 하락압력을 받고 있어 내년 경제운용 전반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L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박윤수 상무는 "내년 상반기엔 전쟁 위기감 외에도 환율불안, 노사분규, 고유가 등의 복병이 기다리고 있다"며 "미국과 일본의 환율 저평가 전략으로 우리 기업의 수출 환경도 좋지 않다"고 우려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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