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중소기업청창의 정위치는 사무실이 아니라 생산현장입니다."1996년 2월부터 '1일(日) 1사(社)' 공장 방문을 실천해 온 허범도(許範道·52·사진) 경기지방중소기업청장이 지난 24일로 중소기업 1,000개사 '순례'를 마쳤다.
"중소기업 사장, 공장장을 각각 1,000명씩 만났고, 근로자 수만명의 눈동자를 보았습니다. 새 기계를 들여놨지만 기사가 사직해 기계를 놀리는 업체, 공장총량제 때문에 창고를 못지어 완제품을 공장 마당에 쌓아둔 회사, 광케이블이 미치지 않는 '오지'의 공장들을 돌아보며 제 소임을 다시 한번 다짐하게 됐지요."
허 청장은 "이제는 근로자들의 눈빛, 공장 진입로와 실내의 청소상태 등만 훑어봐도 이 중소기업이 어떤 회사이고 10년 뒤에는 어떻게 발전할 수 있을지를 가늠할 수 있을 정도로 눈을 떴다"고 자신했다.
그는 상공부와 통상산업부, 대통령 비서실 등에서 주로 기획업무만 맡다보니, 경제 관료이면서도 경제 현장에 대한 감각이 떨어진다는 판단에서 '현장 행정'에 나서게 됐다. 허 청장은 마침 1996년 2월 부산중기청장에 부임하게 되자, 취임 당일부터 곧장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인근 공장을 찾아 나섰다.
"현장을 돌아다니다 보니 중소기업들은 공통적으로 '7난(難)'을 겪고 있었습니다. 인력, 기술, 자금, 판매, 입지, 정보, 경영난이 바로 그것인데, 해법은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 D) 비중을 5%이상 유지하는데 있다고 결론지었지요."
그래서 허 청장은 매번 중소기업 대표들에게 약속 한가지를 받아냈다. "2001년부터 시작해서 매출액 대비 R&D 비중을 매년 1%씩 높여 2005년에는 5%까지 올리자고 결의했어요. 그렇게 되면 천하의 중국이라도 우리나라 중소기업을 따라잡지 못합니다."
그는 또 중소기업인들이 가슴앓이를 그 자리에서 치유해주는 '해결사'로 유명하다. 광케이블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아 외국 바이어들과 이메일 교환이 여의치 않은 경기 북부의 중소기업 30여개사를 위해서 KT와 협의해 6메가bps급의 광케이블을 깔아줬고, 일시적인 자금난을 겪는 우량 중소기업에게 신용대출을 알선해 준 사례는 셀 수도 없을 정도다.
"가능하면 공대 교수, 은행 지점장 등을 데리고 생산현장을 찾습니다. 공장을 봐야 그 회사의 미래가치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죠.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중소기업들을 찾아다닐 겁니다." 허 청장은 생산현장을 방문하며 적어둔 글들을 모아 내년 중소기업 행정지침서를 발간할 계획이다.
/김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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