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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한국경제/실물경제 꾸준한 회복 "明"…신용불량 260만명 "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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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한국경제/실물경제 꾸준한 회복 "明"…신용불량 260만명 "暗"

입력
2002.12.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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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는 올 한해에도 성공과 좌절, 명과 암이 교차하는 격동기를 보냈다. 대외여건은 지속적인 이라크전쟁 발발 위협 등 연중 내내 짙은 안개에 뒤덮였지만, 국내 실물경제는 내수에 이은 수출회복으로 연평균 6% 내외 성장목표를 달성하게 됐다. 또 하나·서울은행 합병, 대우차 매각 등 금융·기업 구조조정에서 일부 성과를 냈고, 삼성전자 등 우량 대기업들은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두며 한국경제의 저력을 보여줬다. 반면, 장기 저금리기조 등 부양에 맞춰진 경제정책은 연초부터 아파트가격 급등과 가계대출 급증에 따른 신용불량자 양산 등 만만찮은 부작용도 초래했다. 내부자거래, 주가조작 등 증시의 탁류 속에서 오상수씨를 비롯한 벤처신화의 주역들이 몰락한 것도 씁쓸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성공

▶실물경제 견조한 회복세 유지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국내 실물경제는 비교적 선방했다. 상반기까지는 매월 10% 내외의 성장을 유지한 소비 등 내수활황이 성장세를 이끌었고, 가계대출 억제책 등에 따라 소비가 둔화하기 시작한 하반기부터는 수출이 살아나 그 공백을 메웠다. 그 결과 성장률 6% 내외, 소비자물가 상승률 3% 미만 등의 거시지표 목표를 무난히 달성했다.

▶금융구조조정 급류

하나·서울은행이 뭉쳐 자산 86조원의 통합 하나은행이 출범하면서 은행권에 '제2의 빅뱅'이 시작됐다. 최근엔 신한금융지주회사의 조흥은행 인수가 무르익고 있다. 보험업계에선 대한생명이 4년에 걸친 매각 작업끝에 한화를 새 주인으로 맞았다. 금융권의 해묵은 부실이었던 대우자동차도 4월30일 마침내 미국 제너럴모터스(GM)에 팔렸다.

▶대기업 사상 최대 실적

삼성, LG, SK, 현대자동차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올 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다. 삼성은 올해 휴대폰,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메모리 반도체 판매 신장에 힘입어 매출 137조원, 세전 이익 15조원 등 창사 이래 최대의 실적이 예상된다. LG도 세계 시장에서의 시장점유율 증가 등에 힘입어 매출 112조원, 경상이익 5조원의 실적이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기업간 실적 양극화는 더욱 벌어져 기업에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해졌다.

▶수출회복

올 들어 수출이 빠르게 회복돼 내수 침체의 공백을 메우면서 경제성장을 견인했다. 전체 수출은 지난해보다 8% 이상 늘어난 1,63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고, 특히 중국에 대한 수출은 29%나 늘어 홍콩을 포함할 경우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우리나라의 제1위 수출대상국으로 부상했다. 휴대폰 컴퓨터 등 정보기술 관련 제품이 수출을 주도했지만, 자동차 철강 기계 조선 등 전통산업의 수출 경쟁력이 크게 회복된 것도 주 요인이었다. 또 월드컵 4강 진출도 수출확대에 한몫했다.

▶한·칠레 FTA체결

한국과 칠레의 자유무역협정(FTA)이 협상 시작 3년여만인 10월25일 정식 타결됐다. 우리나라로선 첫 FTA를 체결함으로써 대외적으로 개방의지를 확인해주었다는 의미가 컸다. 한·칠레 FTA를 계기로 우리나라는 일본, 싱가포르와 정부 차원의 협상을 전제로 한 공동연구가 본격화하게 되었고, 멕시코 태국 뉴질랜드 등과의 협상도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하게 됐다. 그러나 주요 농산물 등 민감한 분야가 제외돼 '반쪽 협정'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공정공시제 시행·퇴출기준 강화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기업정보를 모든 투자자들에게 동시에 알리는 공정공시제도 시행과 증시 퇴출 기준강화는'시장 투명화'와 '증시 건전화'를 한층 앞당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11월부터 시행된 공정공시제도는 미국에 이어 세계 2번째로 도입됐으며, 부작용 우려에도 불구하고 조기 정착에 성공하면서 시행 전 불거진 '정보 유통 마비' 논란을 잠재웠다.

■좌절

▶신용불량자 260만 명

외환위기 이후 가계대출 확대경쟁에 열을 올리던 금융기관들이 일시에 돈줄을 조이면서 제도 금융권에서 쫓겨나는 '신용난민'이 급증, 서민가계의 파산위기가 극에 달했다. 11월말 현재 개인 신용불량자수는 사상 최대치인 257만3,707명. 경제활동인구 10명 중 1∼2명이 신용 전과자로 전락한 셈이다.

▶부동산 가격 급등

연초부터 서울 강남 재건축 지역을 중심으로 시작된 아파트 가격 급등세가 연중 내내 이어져 8월에는 대치동 은마아파트 32평형의 경우 전년 대비 60% 가까이 올랐다. 저금리로 과다하게 풀린 시중 유동성이 아파트에서 상가, 토지 등에 대한 부동산투기로 흘러 들자 정부는 1월부터 11월까지 모두 5차례의 직·간접 부동산 시장 안정대책을 내놓아야 했다.

▶취업난

2002년 취업시장은 살인적으로 얼어붙었다. 대기업의 경우 200∼300대 1 경쟁률이 다반사였고, 특히 '외환위기 취업난'을 피해 학교로 도피했던 석사 학위자 이상의 고학력 구직자들이 최근 들어 교문 밖으로 쏟아져 나와 구직 경쟁이 더욱 뜨거워졌다. 대졸자와 석사 학위자들이 취업난 타개의 방편으로 '하향 취업'을 불사하다 보니, 고졸자들도 유례없는 구직난에 시달려야 했다.

▶하이닉스 매각 불발

하이닉스 반도체의 해외매각이 무산됐다. 채권단이 4월 22일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와 메모리매각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지만 비메모리 잔존법인의 생존에 의구심을 표시한 하이닉스 이사회의 비토로 끝내 물거품이 됐다. 채권단은 '선(先)정상화 후(後)매각'의 원칙 하에 하이닉스에 대한 채무재조정을 시도하고 있지만 대규모 신규자금의 수혈없이 과연 정상화 자체가 가능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예보, 부실소송 잇달아

예금보험공사의 '소송 한파'가 올 한해 금융기관과 기업체, 회계법인을 강타했다. 예보가 작년까지 퇴출 금융기관 임직원에 대한 책임 추궁을 했다면, 올해는 공적자금 투입 후 정상영업 중인 은행들과기업·회계법인을 상대로 대대적인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나선 것이다. 현재 금융권에서만 322개 기관의 전·현 임직원 4,468명을 상대로한 1조2,283억원상당의 손배소가 진행 중이다.

▶마늘협상 파문 및 통상마찰

2000년 7월 한·중 마늘협상 당시 정부가 올해말로 끝나는 중국산 마늘 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더 이상 연장하지 않기로 중국측과 합의한 사실이 7월초 뒤늦게 밝혀짐으로써 큰 파문이 일었다.

연초부터 미국의 철강 세이프가드를 시작으로 주요국들의 무역규제조치가 잇따랐다. 3월초 미국이 수입 철강에 대해 세이프가드 조치를 취하자 유럽연합이 이에 대한 대응으로 철강 세이프가드로 맞섰다. 중국 또한 잠정조치에 이어 11월초 철강 세이프가드 조치를 확정했다.

▶노사관계 불안

2월말 발전노조의 민영화 반대 파업을 시작으로 자동차, 중공업 등 주요 기업의 파업이 올해도 계속됐다. 발전노조 파업은 38일간이나 계속되면서 전력공급 차질이 우려되는 심각한 상황까지 갔으나 민주노총의 중재로 파업이 끝났다. 노조 간부 등 수십명이 해고되는 등 후유증이 컸다. 두산중공업의 장기 파업은 노조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사측과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는 노조측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사태가 장기화했다.

▶벤처업계 수난

인터넷 광고를 비즈니스 모델로 만든 골드뱅크(현 코리아 텐더)의 김진호 전사장이 지난 8월 공금횡령혐의로 검찰에 구속 기소됐다. 새롬기술 오상수 전대표는 지난 1999년 유상증자 당시의 허위공시와 배임혐의로 검찰에 기소돼 지난 11월 20일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됐고, 전제완 프리챌 사장은 지난 12월 3일 주식대금 가장 납입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벤처 1세대들의 이런 구설수로 올 한해 IT 침체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정책·금융·업계팀 종합

● 국내 경제 주요일지

강남 아파트 급등세 시작. 1월8일 첫 대책 발표(사진 위)

철도·발전·가스노조 총파업(2.25)(사진 아래)

미국, 철강 세이프가드 조치 발표(3.5)

정부, 3월초 기업연금제 도입 논의 개시

무디스 한국 국가 신용 A3 등급 상향조정(3.28)

정부,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실현방안 발표(4.4)

가계대출 증가 억제 대책 첫 발표(4.25)

4월중 가계대출 금리 사상 첫 6%대

대우차 매각 성사(4.30)

국민임대주택 100만가구 공급계획 공개(5.17)

공적자금 상환대책 발표(6.28)

유학·체제비 송금자유화조치 시행(7.1)

7월초 한·중 마늘협상 파문 비화 (사진)

정부, 주식시장 장기 발전방안 마련(7.22)

8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안 국회통과

상장지수펀드(ETF)시장 개설(10.14)

4차 부동산시장 안정대책 발표(10.11)

한·칠레 FTA 체결(10.25)

사채 이자제한 위한 대부업법 시행(10.28)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 구상 관련 '경제자유구역법' 국회 통과(11.15)

공정공시제 시행(11.1)

하나·서울은행 합병 완료(12.1)

한화, 대한생명 인수 완료(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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