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올해의 인물'로 세명의 여성을 선정했다. 모두가 내부고발자(whistle-blower)들이다. 내부 고발자란 자기가 속한 조직의 부정이나 비리를 공공목적을 위해 폭로하는 사람들이다. 폭로의 내용이 정확하고 치명적 이기 때문에, 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설사 자신이 비리에 연루됐다 하더라도, 대개의 경우 법에 의해 처벌면제 등의 적절한 보호를 받는다.■ 미연방수사국(FBI) 미니애폴리스 지부 요원이었던 콜린 로울리(48)씨는 "9·11 테러 발생 전에 관련 정보를 입수, 본부에 수사확대를 요구했으나 무시 당했다"고 9·11 테러에 대한 FBI의 안이한 대응을 폭로했다. 미국 2위의 장거리 전화회사인 월드컴의 감사였던 신시아 쿠퍼(38)씨는 38억달러의 회계부정을 공개했고, 월드컴은 이로부터 한달 뒤 파산신청을 하고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에너지 그룹인 엔론사의 전 부사장인 셰런 왓킨스(43)씨는 회계상에 7억달러의 결손이 있음을 밝혀냈고, 엔론사는 영업실적을 조작했음이 드러나 파산보호를 신청해야만 했다. 엔론사의 회계부정은 미국의 회계제도를 바꾸는 계기가 됐다. 타임은 "세 여성들은 9·11테러 현장의 소방대원과 같은 영웅들"이라면서 "직업상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용감하고 정당하게 해냈다"고 소개했다.
■ 우리나라에도 내부고발자 활용방안이 법제화 돼 있다. 지난 1월에 출범한 부패방지위는 내부고발자 보호를 위한 장치를 마련했고, 고발자에게 최고 2억원의 보상금까지 주도록 했다. 은밀히 이뤄지는 부정부패의 속성상 '알짜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은 조직내부에 있게 마련이다. 이들의 협조를 어느 정도 끌어낼 수 있느냐에 부패방지위의 성패가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 그러나 부패방지위에 이렇다 할 내부 고발이 접수됐다는 얘기는 아직 없다. 우리 사회가 아직도 자기 식구에 대한 고발을 꺼리고, 내부 고발이 알려질 경우 배신자 취급을 받는 풍토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내부 고발은 공공의 목적을 위한 것으로, 모함이나 투서와는 전혀 성격이 다르다. 타임의 '올해의 인물'선정이 우리 사회에도 내부 고발을 활성화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이병규 논설위원 veroic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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