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달라지면 사람도 달라지나 보다. 혹은 그 반대이거나. 스페셜 음반 '러브 스토리'를 발매한 jtl의 장우혁(24) 토니 안(24) 이재원(22)은 부드럽고 여유 있었으며 '사람' 같았다. 불과 2년 전 H.O.T 때까지만 해도 깔끔하게 매만져져 팽팽하게 긴장된 '인형'처럼 보였던 그들이다. 올 초 절치부심 끝에 데뷔 음반을 냈을 때까지도 H.O.T의 적자임을 내심 드러냈지만 1년 사이에 그 그늘을 완전히 벗어난 듯하다.새 음반은 일종의 팬 서비스. H.O.T를 떠나 앞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강타와 문희준 없이도 음반이 53만장이나 팔린 이들로서는 당연한 일이다.
새 노래 5곡에 '어 베터 데이'등 1집 수록곡 6곡을 리믹스했다. 동시에 jtl이 나갈 방향을 제시하는 이정표이기도 하다. 장우혁은 "H.O.T 때는 이미지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음악이 중요해진 거지요. 10대만의 대변자로 트랜드를 이끌어 가기보다는 모두가 좋아하는 음악에 트랜드를 가미해 들려주고 싶어요"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세 사람은 재즈나 록 운운하는 강타, 문희준과는 달리 특정 장르를 내세우지 않는다.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 20대의 일원으로 우리가 갖는 생각, 느낌이면 오케이"라는 입장이다.
새 음반의 타이틀 곡 '행복했던 기억들은…' 뜻밖에도 전형적인 미디엄 템포 발라드. 어쿠스틱 기타로 잔잔하게 시작해 누구나 좋아할 만한 멜로디가 완만한 굴곡을 이루며 부드럽게 이어진다. 스웨덴 작곡가 퓨네미르에게 곡을 받고 코러스를 풍부하게 해 백스트리트 보이스나 웨스트 라이프를 떠올리게 한다.
토니 안의 목소리는 담백하면서도 1집보다 훨씬 매끄럽고 능숙하게 멜로디를 이끌어 간다. "뒤늦게 시작한 보컬이라 여전히 잡아가는 과정이지만 생각보다 빨리 인정을 받나 보다"며 기쁜 얼굴이다.
세 사람이 함께 랩을 만든 '산타 베이비'에는 여자친구, 우울한 크리스마스, 촛불시위 등 요즘 20대다운 관심사가 담겨 있다. 옷 차림은 낡은 듯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빈티지와 럭셔리의 언밸러스. "옷도 음악에 맞춰 컨셉트를 짜야 한다"는 생각만큼은 H.O.T 때부터 변함이 없다.
이제 세 사람은 서두르지 않는다. 지난 경험 덕일까, 늦더라도 자신들의 힘으로 정도를 걷겠다고 한다. 2집은 일정이 미뤄지는 한이 있더라도 프로듀싱까지 모두 마음에 들 때까지 직접 해야 하고, 라이브 역시 레퍼토리가 늘어나는 내년 3월 2집 발매 이후에나 생각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 음반도 뒤로 갈수록 반응이 좋아야지요." 여전히 틴 아이돌로만 생각했던 세 사람이 비로소 20대 '보이 밴드'로 보였다.
/김지영기자 koshaq@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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