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9일 발표한 외무성 담화문은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등 강경책을 내비치면서도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의지를 한층 더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북한은 우선 "부시 행정부는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운운하면서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며 "마주 앉지 않고 대화가 이뤄질 수 없으며 대화를 떠난 평화적 해결은 없다"며 미국에 재차 대화를 요구했다. 특히 국제사회를 겨냥, "미국의 주장에만 귀 기울일 것이 아니라 미국이 대화에 나오도록 응당한 역할을 하여야 할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정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중국 러시아 유럽연합(EU) 등이 북한을 설득하고 있다는 반증"이라면서 "국제사회를 향해 완강한 미국을 설득해달라는 간곡한 부탁의 북한식 표현법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북한은 그러면서도 앞으로도 긴장의 수위를 고조시키겠다는 뜻을 밝혔다. NPT 탈퇴는 핵 무기 개발에 대한 법적 제도적 장애를 제거하는 것이어서 여차하면 핵 무기 개발에 나서겠다는 의미와 다름 없다. '벼랑끝 다가가기'가 지속될 것임을 예고하는 셈이다.
북한은 93년 3월 NPT탈퇴를 선언했다가 3개월 뒤 탈퇴 효력을 정지시킨 뒤 94년 제네바 합의에 따라 '과거 핵'에 대한 사찰을 유예 받았다. 북한은 이를 '특수지위'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는 "특수지위는 북한의 일방적 주장이고 NPT에는 당사국인지 아닌지 둘 중 하나일 뿐 예외 범주는 없다"면서 "제네바 합의가 무효화됐다면 사찰 유예의 효력이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이번 담화에는 이 같은 상황의 불일치에 따른 북한의 고민도 내포돼 있다.
/이진동기자 jaydlee@hk.co.kr
● 핵확산금지조약(NPT)
1960년대 초 프랑스 및 중국이 핵실험을 성공하자 미국과 소련이 주축이 돼 체결한 국제조약. 68년 3월 미·소가 제네바 군축회의에서 공동 초안을 제출, 70년 3월5일 발효했다. 2002년 현재 당사국은 187개국이며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쿠바 등 4개국이 가입을 거부하고 있다. NPT는 IAEA와 핵 안전협정을 체결토록 의무화하고 있으나 핵 보유국과 비보유국의 권리와 의무를 상이하게 규정해 차별성 시비가 계속되고 있다. 한국은 75년 4월23일 비준했으며, 북한은 85년 가입했다 93년 3월12일 탈퇴를 선언한 뒤 이를 유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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