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과 선거로 온 나라가 들떴던 한 해가 간다. 꿈과 기대, 아쉬움도 모두 접고 또 한번 삶의 획을 긋는다. 고비를 넘기는 인생사와 달리 태양은 어김없이 떠오르고 별은 한결같이 빛난다. 2003년은 별과 가까운 해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늘 똑같아 보이는 별과 태양도 관심을 두면 별다른 의미를 갖는다. 2,000년만에 오는 화성 대접근을 비롯, 내년 한해동안 볼 수 있는 주요 천문이벤트를 정리한다.■1월
새해 소망을 별똥별에 담고싶다면 4일 용자리 유성우를 기다리자. 페르세우스 유성우(8월), 쌍둥이자리 유성우(12월)와 함께 연중 가장 많은 별똥비를 뿌리는 3대 유성우 중 하나다. 유성우는 혜성이나 소행성이 지나치면서 궤도에 남긴 얼음덩어리 등이 지구 대기권에 들어와 타면서 빛나는 것. 용자리 유성우를 만든 모(母)혜성은 밝혀지지 않았다. 용자리 유성우라는 이름은 유성이 용자리를 중심으로 사방으로 퍼져 떨어지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유성우가 집중되는 극대시간이 오전 9시라 관측조건이 썩 좋은 편은 아니지만 새벽녘 불빛이 없는 교외에서 비교적 잘 보인다. 시간당 약 120개의 유성이 예상된다.
■2월
지금껏 수성을 본 적이 있는지? 수성은 맨 눈으로 볼 수 있는 행성이지만 태양과 가까워 관측할 기회가 많지 않다. 그러나 수성이 4일 태양에서 서쪽으로 가장 멀리(25도 각도로) 떨어지는 서방 최대이각(最大離角) 위치에 오기 때문에 좋은 관측기회를 제공한다. 해 뜨기 30분 전쯤 남동쪽 하늘을 보면 지평선으로부터 8도 고도에 수성이 떠있는 것을 볼 수 있다.
■5월
7일 오후 2시12분∼7시30분 수성이 태양 앞을 통과한다. 태양 필터가 부착된 망원경으로 오후 7시14분 해 지기 전까지 관측이 가능하다. 필터가 없으면 관측을 삼가야 한다. 16일 개기월식, 31일 금환일식은 우리나라에서는 관측이 안 된다.
27일 밤하늘 붉게 빛나는 별이 보인다면 그것은 화성이다. 금성 다음으로 지구와 가까운 화성이 지구와 가까워지는 (소)접근은 2.2년마다, 대접근은 15∼17년마다 주기적으로 일어난다. 올해의 대접근때 지구와 화성의 거리는 약 5,580만㎞. 한국천문연구원 김봉규 박사는 "화성이 이렇게 가까이 접근하는 것은 거의 2,000년만의 일"이라고 말했다.
화성의 밝기는 -2.9등급으로 금성보다는 약간 어둡고 북두칠성의 가장 밝은 별보다는 더 밝은 정도다. 렌즈 지름 10㎝의 교육용 망원경으로만 보아도 화성 양극의 하얀 극관과 표면의 얼룩을 볼 수 있다.
13일에는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가 있다. 스위프트-터틀 혜성을 모혜성으로 한 유성우로 시간당 약 110개의 유성이 예상된다.
■9월
겨울철 수성 관측을 놓쳤다면 27일을 노려보자. 수성이 서방 최대이각(18도) 위치에 오고, 고도가 11도로 높이 떠오르기 때문에 관측 조건이 좋다. 해 뜨기 30분 전인 오전 5시50분께 동쪽하늘을 보면 밝은 목성 아래에서 수성을 볼 수 있다. 천문잡지 '별과 우주'의 심재현 과장은 "고배율로 보면 아래쪽이 불룩한 반달모양의 수성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11월
1998년 템펠-터틀 혜성이 태양 옆을 지나치면서 '별똥별 재료'를 무진장 많이 남겨놓아 이를 모혜성으로 한 사자자리 유성우가 98년부터 초미의 관심사였다. 이제는 평범한 수준으로 돌아와 시간당 100개 안팎으로 줄었다. 극대시간은 18일 낮. 이날 새벽 일부 별똥별을 볼 수 있을 것이다.
■12월
3대 유성우 중 하나인 쌍둥이자리 유성우가 14일께 쏟아진다. 모혜성이 소행성이면 시간당 120개 정도 유성이 예상된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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