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더 이상의 촛불시위는 자제되어야 한다. 북한 핵 문제로 인한 한반도의 긴장상황이 너무도 급변하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촛불시위가 표방하고 있는 '불평등한 한미관계의 시정'은 보다 성숙한 양국관계를 위해 필요한 것이지만, 자칫 반미로 비쳐지면서 한미간의 틈새를 벌려놓을 수 있다. 어느 때보다 미국과의 조율이 중요한 이때, 조금은 미뤄둘 수 있는 문제에 대해 미국을 굴복시켜 보겠다는 듯이 매달리는 것은 현명치 못하다. 그런 의미에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자제요청은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벌써부터 미국쪽에서는 역풍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주한미군 철수', '한국상품 불매운동' 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불평등한 SOFA의 개정을 요구하는 것을 반미운동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문제는 미국의 입장에서는 이를 반미로 여길 수 있다는 점이다. 광화문에서 촛불시위가 있었던 28일, 평양에서도 여중생을 사망케 한 미군병사의 무죄판결에 항의하는 군중집회가 열렸다고 한다. 마치 남과 북이 서로 짜고 반미시위를 하는 것처럼 불필요한 오해를 증폭시키고 있다. 평소 같으면 미국이 오해하거나 말거나 하는 식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지금의 상황은 그럴만한 여유를 허락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현정부는 물론이고 노 당선자가 이끌 새 정부의 외교적 노력에 장애가 될 수 있다. 주장할 것은 마땅히 주장해야 하지만, 노 당선자의 말대로 북한 핵 문제는 민족의 생존이 걸린 것이고 SOFA 개정은 민족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중요한 문제부터 우선순위를 정해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지혜가 절실한 시점이다. 이제 "SOFA 개정과 운영개선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노 당선자의 약속을 믿고 우리 모두가 차분함을 되찾아보자. 그리고 31일로 예정된 광화문 촛불시위는 자제하는 슬기로움을 발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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