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클로네이드라는 회사가 복제된 여자아기를 제왕절개 수술로 탄생시켰다고 발표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생명과학자들이 가장 우려했던 상황이 닥친 셈이다. 결코 손대지 말아야 할 금단의 영역이요, 넘지 않았어야 할 선을 건넜기 때문이다.한편으로 그들의 주장을 믿어야 할 것인가 의구심도 짙다. 이번에 인간복제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부아셀리에 박사는 화학자이며, 내년 초 또다른 복제인간의 탄생을 공언한 이탈리아의 안티노리 박사는 인공수정 전문가이다. 생명복제에 관련된 어떤 국제학회나 모임에서도 그들을 만날 수 없었으며, 전문학술지에 그들의 이름이 포함된 복제 관련 논문은 단 한편도 발표된 바 없다. 말하자면 복제에 관한 한 국외자인 셈이다.
진정한 과학 생명윤리존중
생명체를 복제한다는 것은 어쩌다 해보니 운 좋게 성공할 수 있는 단순기술이 아니다. 세포를 떼어내 복제가능 상태로 유도해야 하며, 난자를 확보하고 그로부터 안전하게 핵을 제거해야 한다. 또한 핵이식, 세포활성화, 세포융합, 체외배양 등 복잡한 단계를 여러 번 거쳐야 한다. 이렇게 해서 형성된 복제배아는 자궁에 착상된 뒤에도 대부분 초기에 죽거나 유산된다. 용케 태어난 복제 생명체일지라도 뇌, 간, 폐, 심장, 척추 등에 결함이 생기기도 한다. 이처럼 오랜 경험과 전문성이 요구되는 특수기술을 마치 조립식 건물을 세우는 정도로 취급해선 안 된다.
이번 발표를 보고 많은 불임 부부들이 쉽게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환상에 사로잡힌다면 오산이다. 수 만번의 반복실험을 계속하는 동물복제에서도 그 성공률은 극히 저조한 실정이다. 이번 발표가 사실이라 하더라도 수많은 숨겨진 실패와, 난자제공 여성이나 대리모들의 심한 고통이 있었을 것이다. 더욱이 태어난 복제아기가 동물에서와 같은 장기 기형을 지닌 채 태어났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하겠는가.
인간복제는 과학적 기술 개발이라는 의미도 전혀 없다. 이미 배아복제가 성공했으며 자궁착상유도기술은 보편화했으므로 더 이상 과학의 진보에 기여할 것이 없다. 복제양 돌리를 만들어낸 이언 윌머트 박사가 인간복제를 할 수 없을까? 우리나라의 과학자들이 인간을 복제할 수 있는 기술수준이 안 되겠는가? 인간복제는 과학이라는 이름을 빌린 소영웅주의적 작태일 뿐이다.
진정한 과학자는 인간복제 대신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는 동물을 만들어야 한다. 인간에게 장기를 제공할 수 있는 돼지를 생산해야 한다. 멸종위기에 처한 희귀동물을 증식시켜야 하며, 배아복제를 통해 각종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줄기세포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복제기술이 개척해야 할 합목적적인 과제는 무수히 많다. 거기에 몰두해야 하며 휴일을 반납하고 밤을 밝혀야 한다.
복제대신 줄기세포개발을
이번 사안이 발단이 돼 생명공학 전반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증폭돼 꼭 필요한 분야까지 지원이 감소하거나 연구 분위기가 위축될까 우려된다. 그보다 생명윤리에 대한 교육을 강조해 과학자들의 자율적 통제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법적 장치가 마련되어 금지할 영역과 육성해야 할 분야를 구분함으로써 건강한 생명공학, 떳떳한 과학자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1세기는 생명공학에 의해 경제질서가 재현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우리나라는 기술혁신에 의한 지식산업으로 승부해야 한다. 바이오 코리아를 건설해 보자. 과학기술과 함께 윤리적인 선진국을 이룩해야 할 것이다.
황 우 석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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