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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거꾸로 가는 분양가 정책

입력
2002.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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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주택보급률이 수치상으로는 100%를 넘어섰지만 주택 소유가구의 비율은 해마다 줄어들어 주택소유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 수백만호 건설 공약은 비록 시행되더라도 저소득층에게는 실질적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흔히 주택건설업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표현한다. 국내 굴지의 제조업체도 높은 광고료 등의 이유로 전면 신문광고를 좀처럼 싣지 못하는 데 반해 중소주택 건설업체는 수시로 전면광고를 게재한다. 그만큼 거품이 많다는 이야기이다.

지난 40년간 주택단지 개발을 명목으로 집권세력과 건설공무원과 재벌 건설업체가 삼위일체가 돼 엄청난 폭리를 취했다. 서울 압구정동에 이은 수서지구, 최근의 분당 백궁지구가 그 대표적 예이다. 선진국에서는 재벌은 주택사업에 손을 대지 않고 국가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중추산업을 맡는다. 마이크로소프트(MS)나 GM 등 세계 굴지의 회사는 주택사업에 손을 대지 않는다. 반면 한국에서는 주택건설 사업을 하지 않으면 재벌 축에 끼지 못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러다 보니 국가 기간산업인 제철회사도 전화통신회사도 심지어 담배회사 마저 주택건설사업에 가세하고 나섰다.

최근에는 아파트 분양가가 자율화돼 업자들의 배만 불려주게 되었다. 실제로 올 봄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아파트 재건축 분양가가 평당 1,600만원으로 인가되면서 인근 아파트의 분양가가 동시에 올랐다. 또 은마아파트의 경우 재건축 시공사가 주민투표로 결정되면서 집 값이 폭등해 이 일대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결국 강남의 모든 아파트 값이 널뛰기를 했으며, 이는 분양가 인상으로 이어져 집 없는 서민들에게 내 집 마련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주택건설에 의한 엄청난 폭리는 주택가격의 상승을 유발하며 이는 집 한 채 장만하기 위해 거의 반평생을 허리띠를 졸라매며 사는 서민의 몫으로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다. 결국 근검과 절약은 헛 구호가 되고, 한탕주의에 빠진 경제윤리 상실로 이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정부는 재벌 건설업체들의 주상복합이라는 희한한 형태의 고층건물을 주거용으로 인가하는 '편법'을 적용하고 있다. 원래 고층건물은 유럽 건축에 대한 미국건축의 콤플렉스에서 비롯돼 주거용으로 적합한 건물이 아니다. 미국도 고층건물을 사무실용으로 사용하지 주거용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 강남을 중심으로 지은 초고층 주거건물은 부족한 땅에 작은 평수로 세대 수를 늘리는 것도 아니다. 초대형 평수로 남산 높이의 바벨탑을 세우는 것은 그 안에 사는 사람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상업적 이익만을 추구한 결과이다.

정부와 업계 모두 반성할 부분이다. 정부는 분양가 자율화를 즉각 철회하고 주택건축원가를 엄밀히 실사해 터무니없이 책정된 분양가를 내려야 한다. 광역자치단체는 기초자치단체에 이관한 재건축결정을 다시 환원해야 한다. 주거와 건축문제는 '광역적 개념'에서 결정되고 추진돼야 한다.

이 규 석 성균관대 조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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