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 재처리시설인 방사화학실험실을 가동하겠다는 발표가 나오자 정부의 외교적 대응도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관 추방도 우려 사항이기는 하지만 무엇보다 북한이 폐연료봉 재처리에 나설 경우엔 3∼4개월후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동안 외교적 방식에 의존하던 미국과 일본의 대응이 대북 제제 쪽으로 중심을 옮겨갈 조짐이어서 정부의 발길이 바빠지고 있다.정부는 가능한 모든 외교 채널을 동원, 북한이 금지선(Red line)을 넘지 못하도록 압박외교를 구사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는 우선 1월초 한미일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회의(TCOG)와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차관보의 방한을 통해 한미간 대응책을 본격 조율한다는 방침이다. 동시에 중국 러시아 유럽연합(EU)과의 협력, 남북 대화 채널 등을 다각적으로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정부는 특히 중국과 러시아의 역할에 기대를 걸고 있는 눈치다. 1월초 외교부 이태식(李泰植) 차관보를 중국에 급파하고 러시아와도 고위급 회담을 연쇄적으로 진행키로 한 것도 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활용할 수 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또한 미국에 대해 북한과의 대화를 촉구하는 국제 여론을 조성할 목적도 깔려있다.
문제는 그동안 중국과 러시아의 설득에도 아랑곳 없이 북한이 핵 동결 해제 조치를 밟아왔다는 점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우리나라와 공조해 중재외교를 펼치더라도 북한과 미국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정부 당국자가 "중국과 러시아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사태는 북한의 페이스대로 진행돼 왔다"면서 "하지만 중국 러시아와의 협력이 당장은 효과가 없을지라도 결정적인 해결 국면에 들어서면 유효하게 작용할 것으로 본다"고 말한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
중국이나 러시아의 역할이 부각될 경우 상대적으로 미국과의 조율과정이 희석될 뿐 아니라 오히려 사태를 꼬이게 만들 가능성도 있다. 이런 점에서도 중국과 러시아를 통한 정부의 외교적 대응은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진동기자 jayd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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