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1751∼1796)는 참 특이한 인물이다.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 살리에리와의 관계, 그의 음악을 들으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모차르트 이펙트' 등등 세상을 뜬 지 200년이 넘었건만 아직도 사람들에게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어린 신동으로 시작해서 악보가 공개되지 않은 팔레스트리나의 미사곡을 듣고서 바로 채보했다는 일화가 전하는가 하면 한 달에 교향곡을 몇 개나 썼다는 작곡 속도도 경이적이다. 그러나 그 정도만으로 세인의 관심을 모은다면 세상은 너무 불공평하다. 멘델스존도 비슷한 즉흥연주실력과 청음능력을 지녔다. 로시니의 작곡 속도는 모차르트보다 더 빨랐다. 작품의 양으로 따지면 바흐가 훨씬 많다. 음악적으로 따져도 베토벤보다 구조의 탄탄함이 떨어지고, 슈베르트보다 가곡의 표현력이 뛰어나지도 않으며, 리스트만큼 진보적인 작곡법을 사용하지도 않았다. 반면 연주자들은 연주 때마다 맛이 달라지는 모차르트에게 무한한 애정을 느낀다. 거기에 파란만장한 삶이 겹쳐지면서 사람들은 끊임없는 재해석을 낳았다.
모차르트에 관한 책이 두 권 나왔다. 영국의 좌파 저널리스트 폴 맥가가 쓴 '모차르트 혁명의 서곡'(2002년)은 모차르트가 왜 파란만장한 생애를 살게 되었는가를 사회학적으로 풀어낸 책이다. 프랑스의 소설가 필립 솔레르스가 쓴 '모차르트 평전'(2001년)은 음악을 중심으로 쓴 평전이다.
폴 맥가는 먼저 모차르트 말년에 일어난 프랑스 대혁명에 주목한다. 모차르트가 태어날 때는 볼테르, 루소, 칸트와 같은 계몽 사상가들이 낡은 봉건질서를 깨기 위해 한창 활동하던 시기. 음악가들에게도 중대한 변화가 일어난다. 하이든(1732∼1809)까지의 음악가들은 왕이나 교회, 귀족 밑에 고용된 일종의 하인이었다.
모차르트는 이러한 풍조를 거부한 첫 자유작곡가 세대이다. 아버지에게 "전 비록 백작은 아니지만 제 마음 속에는 다른 어떤 귀족보다 숭고함이 가득하다고 자부하거든요. 하인이든 백작이든, 나를 모욕한다면 그가 바로 무뢰한이죠"라고 말하기도 했다. 결과는 참혹했다.
초기에는 잘 나갔지만 결국 잘츠부르크 대주교와는 불화를 일으키고 귀족들에게는 배척당하고 마지막으로 기댔던 대중들에게도 인기를 잃어 가난 속에 비석도 없이 묻히고 만다. 그러나 다음 세대인 베토벤부터 작곡가는 자유직업인이 되었다. 모차르트는 혁명의 시대를 살다간 불행한 선구자인 셈이다.
저자는 이러한 그의 성향을 계몽세력의 비밀결사인 프리메이슨에서 찾는다. 모차르트도 프리메이슨 회원이었고, 그것을 옹호한 작품이 1791년에 나온 오페라 '마술 피리'이다. 고대 이집트를 배경으로 선과 악의 대결을 동화처럼 그려내는 이 오페라는 구세력을 몰아낸다는 은유로 볼 수도 있다고 맥가는 주장한다. 맥가의 결론은 이렇다. "음악에서 정치를 걷어낼 수 있다고? 웃기지 좀 마시라."
필립 솔레르스는 반면 "나는 다만 나, 곧 음악일 뿐이다"라는 관점에서 모차르트에 접근한다. 사람들이 레퀴엠에 얽힌 일화나 기묘한 웃음소리, 시대배경, 독살이냐 덜 익힌 돼지고기를 먹은 후 식중독이냐를 따지는 죽음의 원인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셰익스피어처럼 작품 자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솔레르스는 원전연주지휘자 니콜라스 아르농쿠르의 모차르트 교향곡 연주를 즐겨듣는 음악 마니아이다. 모차르트 초콜릿, 쇼핑몰의 음악이나 전화교환음으로 모차르트가 이용되는 현실을 개탄하며 "저작권을 챙겼으면 오스트리아 전체를 살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의 글에는 여행기와 음악감상기가 자연스레 섞인다. 오스트리아에서는 모차르트를 박대했던 잘츠부르크가 오늘날 그로 인해 막대한 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을 비판하고 모차르트가 묻혀있다고 추정되는 빈의 성 마르크스 묘지에서는 "우리는 신의 아들을 비참한 가운데 죽게 내버려뒀다"고 탄식한다.
모차르트에게 오페라는 일종의 도전이었다. 모차르트 이후 어느 누구도 기악과 오페라 양쪽에서 성공한 작곡가가 없었던 것을 보면 그의 집념은 놀라울 정도이다.
당시는 이탈리아 오페라가 득세를 했기 때문에 독일계 작곡가들은 성공하기 힘들었다. 모차르트는 이 구세력에 도전한다.
신부의 정조나 지배계급을 풍자한 오페라 '돈 지오반니'나 '코지 판 투테' '피가로의 결혼'에 대해 저자는 혁명적이라고 주장한다. '후궁으로부터의 탈출'에서 하렘은 빈의 기득권 세력에 비유되고 '마술피리'는 혁명의 전야를 상징한다.
그러나 모차르트를 영웅시하지는 않는다. 솔레르스는 모차르트가 성공을 꿈꾸는 속물이며 동시에 프리메이슨 주의에 심취했다고 일러준다. 사촌누이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사람들은 불륜관계를 의심하지만 저자는 유머와 조롱, 활기를 통해 사회적인 의무와 속박을 깨고자 하는 자유인 모차르트를 그려낸다. 두 책은 맛이 완연히 달라 또다른 모차르트 책이 나오길 기대하게 만든다.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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