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젠화 지음·이혜원 옮김 일빛 발행·1만원현대중국의 면적은 약 960만㎢ 로 남한의 100배 정도 된다. 인구의 90% 이상은 한족(漢族)이지만 베이징과 홍콩의 말이 다르듯 이들의 기원은 서로 달랐다고 한다. 쓰촨성(四川省)의 문물고고연구소 부연구원으로 있는 황젠화(黃劍華)는 '삼성퇴의 황금가면(2002)'이라는 책을 통해 중국 문명의 또 다른 기원인 쓰촨성의 삼성퇴(三星堆) 문명을 상세히 소개한다.
1986년에 처음 발견된 청두(成都)평원의 삼성퇴 유적은 3,000∼4,000년전에 이미 황허문명과 동일한 수준의 문명이 이 지역에서 기원전 3세기 진시황의 진(秦)나라에 합병될 때까지 독특한 고유 문화를 발전시켰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지리적인 요인도 컸다. 쓰촨성의 면적은 남한의 약 6배. 사방이 높다란 산맥으로 둘러싸여 있고 안에는 넓은 평야가 있다. 유비와 유방도 이 곳에서 나라를 세우고 천하를 노렸다. 촉(蜀)이라고 불리던 고대 왕국이 마침내 베일을 벗은 것이다.
유물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청동으로 만든 거대한 사람이다. 성대한 제사 장면을 표현한 것으로 추측되는 이 청동상은 57개가 발굴되었는데 가장 큰 것은 높이가 2.6m에 이른다. 굵은 눈썹과 커다란 눈을 지닌 과장된 모습으로 표현되지만 이집트와 그리스보다 더 앞서 등장한 청동유적으로서 고고학적인 가치가 크다. 통천신수(通天神樹)도 눈여겨 볼 만 하다. 이 유물은 인간과 하늘 사이가 연결되는 것을 상징한다. 중국의 다른 유적에서는 훨씬 후대에나 찾아볼 수 있기 때문에 저자는 중국에서 통천신수의 전설이 촉나라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태양과 새를 숭배하는 유물은 촉나라 사람들의 신령 숭배를 보여준다. 다량 출토된 황금 가면은 이 지역의 번영과 높은 세공 기술을 드러냈다.
이 책은 중국 문명의 기원이 하나가 아닌 여러 개의 문화가 교류하면서 융화된 것이라고 정리한다. 고고학에 관한 책이지만 일반인들을 위해 평이하게 설명되어 있다.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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