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의식 김정환 지음 도요새 발행·2만원물벼룩 장구벌레 같은 작은 물 곤충은 수초 벌레먹이말을 조심해야 한다. 벌레먹이말을 건드렸다가는 목숨을 부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길이라야 고작 50㎝에 불과하지만 한번 건드리면 불과 100분의 1초 만에 포충잎을 닫는다. 번갯불에 콩 볶아 먹는 속도다. 이때 자그마치 130볼트의 전압을 발생시키니 도저히 살아날 수 없다. 물 속의 작은 벌레에겐 저승사자와 같은 존재다.
끈끈이주걱도 두렵기는 마찬가지다. 끈끈이주걱은 잎에 나있는 털 끝에 붉은 이슬 같은 끈끈이가 붙어있다. 아름다운 끈끈이에 이끌려 파리 각다귀 진딧물 하루살이 같은 곤충이 날아와 앉는데 이 경우 끈끈이의 끈적끈적한 액체에 젖어서 옴짝달싹할 수 없게 된다. 끈끈이주걱은 벌레가 도망치려고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더욱 왕성하게 소화액을 분비, 녀석의 목숨을 빼앗는다.
식물학자 전의식씨와 곤충학자 김정환씨가 공동 집필한 '식충식물의 세계'는 식충식물의 신비하고도 놀라운 생태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책이다. 저자들은 우리나라의 식충식물 자생지는 물론, 일본 보르네오 말레이시아 미국 뉴질랜드 남아프리카 등을 누볐다.
압록강 등 북한 일부 지역에만 있는 벌레먹이말, 우리나라 전역에 있는 끈끈이주걱말고도 놀라운 식충식물이 많다. 미국에 사는 파리지옥풀도 그 가운데 하나. 꽃이나 잎의 표면에 털이 촘촘히 나있는데 곤충이 털을 한번 건드리면 괜찮고 두번 건드리면 함정이 닫힌다. 왜 그럴까. 바람에 날려온 나뭇잎 등 무생물 때문에 함정이 닫히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즉 무생물이 건드리는 것에 속지 않기 위해서라고.
남아프리카 남서쪽에 서식하는 벌레잡이나무는 끈끈이로 곤충을 잡아 죽이기는 하지만 직접 소화, 흡수하지는 못한다. 대신 죽은 곤충을 뿌리 밑으로 떨어뜨려 분해시킨 뒤 뿌리로 흡수한다. 곤충을 잡아 메마른 땅에 거름을 줌으로써 간접적으로 양분을 흡수해 살아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이나 큰 포유동물을 잡아먹는 육식식물은 존재할까. 저자들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열대지방의 벌레잡이통풀 가운데는 곤충을 잡는 통의 길이가 60㎝에 이르고 주둥이의 지름이 18㎝나 되는 것도 있다. 큰 곤충 거미 달팽이 지네는 말할 것도 없고 때로는 쥐 같은 작은 짐승이나 제법 큰 새를 잡아먹기도 한다. '포악한' 식물 정도로 알고 있던 식충식물의 세계는 놀라운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국내에도 이미 적지 않은 마니아가 형성돼 애완용으로 식충식물을 기르고 있다.
현재 지구상에는 11과 21속 563종, 우리나라에는 2과 4속 16종의 식충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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