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후보 당선의 가장 큰 공헌자는 DJ와 정보통신부다.'지난 19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가 탄생한 뒤 시중에 퍼진 농담 중 하나이다. 노 당선자가 기득권 계층의 반발과 일부 보수언론의 편파적 보도에도 불구, 승리를 거둔 것은 주요 지지층인 20∼30대를 하나로 묶은 인터넷 때문이며, 따라서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정보기술(IT)부문에 대한 막대한 투자를 강행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정통부가 노 당선자의 최대 후원자라는 것이다.
인터넷의 위력을 아는 탓일까. 노 당선자와 측근들은 앞으로도 네티즌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겠다고 한다. 대통령직 인수위에 인터넷으로 국민여론을 청취하는 '국민참여센터'가 설치됐고, 민주당은 노 당선자 개인 홈페이지를 청와대 홈페이지와 합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인터넷을 민성(民聲)을 직접 듣는 '신문고'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 당선자는 이제 인터넷 여론이 갖는 한계와 맹점도 깨달아야 한다. 노 당선자에게 각각 62.1%와 59.3%의 지지를 보낸 20대와 30대의 인터넷 이용률은 86%, 66%에 달하지만, 60%가 반대표를 찍었던 50대의 인터넷 이용률은 9.6%에 머물고 있다. 노 당선자에게 표를 던지지 않은 40대 중반 이상 중장년층 대부분이 인터넷을 이용하지 않으며, 이용한다 해도 게시판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정도는 아니다. 따라서 '인터넷 신문고'는 '반쪽 신문고'에 불과할 수도 있는 것이다.
대통령이 인터넷으로 국민의 소리를 직접 듣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대통령은 인터넷에 익숙치 않은 중장년 세대 등 인터넷 소외계층에도 그에 상응하는 채널을 열어주고 직접 챙겨 민심파악에 역차별이 없도록 해야 한다. 노 당선자는 인터넷의 힘으로 대통령이 됐지만, 이제 그는 더 이상 '인터넷 대통령'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의 대통령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최진주 경제부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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