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사가 보호자 동의 없이 미성년자와 체결한 신용카드 발급계약은 원천적으로 무효이며, 카드사가 미성년자에게 카드사용대금을 받으려면 별도의 소송 등을 제기해 '부당 이득금'을 돌려받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법원은 이에 따라 카드사는 미성년자들이 이미 카드값을 납부했어도 할부수수료, 연체료에 해당하는 돈은 돌려줘야 한다고 판결,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지법 민사합의23부(김문석·金紋奭 부장판사)는 27일 권모(19)양 등 미성년자 44명이 7개 금융기관을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미성년자가 법정대리인 동의 없이 체결한 신용카드 발급계약은 취소할 수 있다"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계약 당시 미성년이었다면 카드대금을 이미 냈어도 카드사로부터 할부수수료를 돌려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미성년 카드 연체자는 미납부분을 당장 내지 않아도 되지만, 카드사들이 이후 원고들에 대해 부당이익금에 대한 청구소송을 할 경우 원금에 해당하는 돈은 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6월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이 개정되기 전에는 만 18세 이상의 소득이 있는 자에 대한 카드 발급이 허용됐기 때문에 카드사들은 '합법적'이라는 명목으로 18세 이상 20세 미만에게 마구잡이로 카드를 발행했었다.
이번 판결은 6월 이전에 카드를 발급 받은 미성년자도 소송을 통해 신용카드사로부터 할부수수료 등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해, 소송이 이어질 경우 카드사는 할부수수료, 연체료, 대출이자 등 소득의 상당액을 변제해야 할 처지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또 11월 말 신용카드 연체로 미성년 신용불량자로 등록된 3,581명은 '카드발급계약 자체가 무효'라는 결정에 따라 신용불량자에서 해방될 수 있을 전망이다. 반면 한 카드사 관계자는 "1심 판결일 뿐이고 항소심 등을 통해 최종 판결을 지켜본 후 대응하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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