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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용인시 상현동 / "삶의 質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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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용인시 상현동 / "삶의 質은 없다"

입력
2002.1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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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경기 용인시 상현동 A아파트. 900여 세대의 대규모 아파트단지 입구에는 '입주를 환영합니다'라는 플래카드가 나붙어 있지만 이사차량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상현동일대가 난개발로 몸살을 앓는다는 소문이 나면서 입주를 꺼리고 있는 것 같다"며 "분양이 80% 이뤄졌다고 하지만 실상은 그 이하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50,60평형대 대형 아파트의 경우 섀시를 설치하지 않은 집이 절반에 가깝다.

용인시 상현동 일대 아파트 단지에 공동화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난개발의 후유증으로 아파트는 있지만 주민은 없는 기이한 현상이 벌이지고 있는 것. 쾌적한 삶을 보장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건설업체들의 광고와는 달리 교통난과 턱없이 부족한 녹지공간으로 삶의 질을 기대하기 힘들어 입주를 기피하기 때문이다.

■인구 4만 명에 공원 한 곳도 없어

상현동에는 현재 37개 아파트 단지에 4만 여 명의 인구가 거주하고 있으나 공원을 비롯한 녹지공간은 전무하다. 업자들이 비어있는 땅에 무조건 아파트만 지으려고 했기 때문이다.

쇼핑공간도 아파트 단지에 딸린 소규모 상가가 전부이고 할인마트 조차 아직 없어 제대로 된 장을 보려면 승용차로 30분 이상 걸리는 분당까지 나가야 한다.

주변의 도로사정도 열악해 대부분 논길을 따라 꼬불꼬불한 데다 도로 폭마저 좁아 자동차의 교행이 불가능할 정도다. 그나마 43번 국도가 단지 바로 앞에 있지만 출근길에는 인근 수지지구 차량과 합쳐져 풍덕천 사거리까지 불과 3㎞를 움직이는 데 40분 이상 걸릴 정도로 교통체증이 심각하다. 주민 이모(48)씨는 "회사가 있는 서울 강남지역으로 출근하려면 보통 2시간30분 이상 소요된다"며 "입주할 때 쯤이면 교통여건이 크게 개선돼 30분 이내에 강남진입이 가능하다는 분양업체의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며 분개했다.

■다시 이사하는 주민도 속출

기반시설 부족 등으로 입주를 포기하거나 아예 입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이사를 가는 주민들도 속출하고 있다.

10월 초부터 지난달 중순까지 입주가 이뤄진 890여세대의 B아파트의 경우 분양은 90%이상 완료됐지만 실제로 거주하는 주민들은 절반을 겨우 넘는다. C아파트의 경우 분양이 저조해 당초 계약가격에서 2,000만∼5,000만원까지 할인해주거나 2년 이상 무이자 할부라는 파격적인 조건 등을 제시, 겨우 분양률을 높였지만 실입주 주민은 많지 않다

주민 강모(54·여)씨는 "이웃 주민들 가운데 도저히 못살겠다며 다시 서울이나 분당으로 이사간 경우가 자주 있지만 이런 이야기가 새나갈 경우 집값이 떨어질까 봐 드러내놓고 말도 못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수지시민연대 관계자는 "상현동 난개발은 돈벌이에 급급한 건설업자와 무분별한 건축을 허가해준 용인시의 합작품"이라며 "정부와 용인시는 더 이상의 난개발을 막고 지하철, 도로개설 등 주민편의를 위한 각종 사업이 최대한 빨리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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