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고 순한 양(羊)처럼 새해에는 따뜻한 세상이 됐으면 좋겠습니다."충북 옥천군 군서면 식장산 기슭에서 100여 마리의 유(乳)산양(젖염소)과 함께 생활하는 이미숙(李美淑·46)씨는 도시생활을 청산하고 시골에 정착한지 3년여만에 양치기 아줌마로 변신했다. 부업 삼아 40여마리를 기르기 시작한 그는 유난히 사람을 잘 따르는 양의 습성에 이끌려 1년만에 100마리가 넘는 양 가족을 거느리게 됐다.
"경험 미숙으로 첫 해 어린 양 4마리를 병으로 잃었어요. 그 날 나도 마음이 아파 잠 한숨을 이루지 못했어요." 양이 출산기를 맞는 5∼6월에는 거의 매일 태어나는 새끼 양을 받기 위해 사육사 안에서 새우잠이 들기 예사고, 초유를 먹이는 1주일 동안 친자식 돌보듯 보육실 안에서 양들과 함께 생활한다.
지나친 '양 사랑'을 달갑지 않게 여기던 가족들도 점차 양에 정을 붙이기 시작해 요즘은 남편은 물론 군대에서 갓 제대한 양띠 큰 아들(24)까지 소매를 걷어 부쳤다.
이씨는 "새끼 양들이 나를 어미로 착각하고 달려들어 재롱을 떠는 바람에 하루에도 몇 번씩 옷을 갈아 입을 지경"이라며 "맑고 초롱초롱한 양의 눈망울을 보고 있으면 세상 고민이 말끔히 사라진다"고 말했다.
/옥천=한덕동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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