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복제를 비밀리에 추진해 온 미국의 복제전문회사 클로네이드사가 복제인간 탄생을 발표함에 따라 인간복제 시대가 가상이 아닌 현실로 다가왔다. 이와함께 인류는 풀기 어려운 철학적·종교적·윤리적 과제를 떠안게 됐으며 이 문제는 앞으로 전 세계에 엄청난 논란을 부를 것이다.종교계는 인간복제가 신의 영역에 대한 과학기술의 도전이자 인간 존엄성의 파괴행위라고 반발할 것이다. 인간복제를 금지하고 있는 각국 정부와 난치병의 치료를 위해 어느 정도의 인간배아 연구를 허용할 것을 주장하는 의학계의 대립도 첨예화하면서 유전공학 논란도 가열될 전망이다.
우선 이번에 탄생한 복제인간이 얼마나 정상적으로 성장할 것인가가 문제이다. 출생에는 성공했지만 다른 여러 복제동물에서 나타났던 조로(早老), 기형 등의 문제점이 성장 과정에서 나타날지도 모른다. 올해 초 세계 최초의 복제양 돌리가 어린 나이에도 유전자 이상에 의한 관절염과 조기 노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비만, 면역체계의 이상, 유전자 결함과 이에 따른 조기 사망이 복제동물에서 나타나는 흔한 현상이다.
즉 현재의 인간복제 기술이 너무나 불완전하다는 것이다. 생명복제 전문가들은 인간복제를 해서는 안 되는 한 가지 이유로 현재의 복제 성공률이 높아야 1%도 안 된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한 명의 복제인간을 탄생시키기 위해서 수많은 인간배아와 대리모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복제인간의 기술이 가져올 의학적 이익 자체를 무시할 수는 없다. 복제기술을 이용한 난치병 치료약 개발이나 이식용 장기제조 등 의학·상업적 가치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높다.
그러나 복제인간은 의학적 차원을 떠나 그 존재 자체를 어떻게 봐야 하는가라는 숙제를 주고 있다. 부모에게서 유전자를 절반씩 받는 것이 아닌, 즉 정자와 난자의 수정을 통하지 않고 한쪽의 유전자만을 받는 복제인간을 자식으로 볼 수 있는지, 또는 '또다른 나'로 봐야 하는가라는 존재론적 문제가 있다. 인간이 육체적으로 사망해도 유전적으로는 자기복제를 통해 영원한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고민이 아니더라도 길가에 떨어진 나의 머리카락으로 또 다른 내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만들어질 수 있다는 가설은 인간을 혼돈의 시대로 내몰 것이다. 클로네이드측은 돈만 내면 누구에게나 복제인간을 만들어 주겠다고 광고하고 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출생과정 베일… 복제兒 공인받을까
최초의 복제아 탄생이 사실이라면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그리고 복제인간이라는 것이 어떻게 공인될 것인가.
클로네이드사의 브리지트 부아셀리에 박사는 27일 기자회견에서도 복제의 자세한 과정을 밝히지 않았다. 그는 다만 "독립적인 전문가가 이들 모녀의 DNA를 채취해 검사할 것"이라며 "결과는 일주일 정도 후에 나올 예정"이라고만 밝혔다. AP 통신은 "클로네이드의 증거 자료 미발표로 복제아기의 진위를 둘러싼 의구심을 불식시키지 못했다"고 전했다.
클로네이드측은 이날 아기의 이름과 체중, 건강 상태 등에 대해 설명하면서도 복제아의 출생 장소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1997년 바하마제도에 설립된 클로네이드사는 2000년 미 식품의약청(FDA)의 인간복제 불허 경고 이후 미국 내 실험실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미 경찰이 이들의 비밀 연구소를 조사한 결과, 조잡한 시설과 장비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FDA는 이들이 인간복제 능력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앞으로 최대의 관심사는 이번에 태어난 아이가 진짜 복제아인지를 공인하는 문제다. 국내 전문가들은 일단 사실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동물복제 방법을 사람에게 적용하면 복제가 불가능하지 않은데다 이미 태내 아기에 대한 유전자 검사로 검증을 마쳤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완전한 복제인간 증명을 위해서는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검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 클로네이드社 어떤곳
복제 아기를 탄생시켰다고 밝힌 클로네이드는 외계인이 인간의 조상이라고 믿는 종교 집단 '라엘리안 무브먼트(Raelian Movement)'가 1997년 2월 설립한 최초의 인간복제 전문회사다.
라엘리안은 프랑스의 카레이서 및 스포츠잡지 기자 출신인 라엘(56·본명 클로드 보리옹)이 73년 2만5,000년이나 진보된 과학문명을 지닌 외계인을 만났다고 주장하며 만들었다. 라엘리안이 주장하는 회원수는 5만 5,000여 명이다.
라엘리안은 인류가 '엘로힘'이라는 외계인으로부터 복제됐으며 따라서 인간도 복제를 통해 영생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엘로힘은 이미 한 개인의 개성이나 기억, 경험까지 모두 복제할 수 있는 기술을 통해 영생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라엘리안은 97년 영국 로슬린연구소가 복제 양 돌리의 탄생을 발표하자 서인도 제도의 바하마에 클로네이드를 설립해 인간 복제에 나섰다.
클로네이드는 99년 한국 지사를 설립했고 한국인 라엘리안 회원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라엘은 99년 8월과 2001년 8월 한국을 방문, 인간을 복제할 기술을 갖고 있으며 인간 복제의 당위성이 있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클로네이드는 홈페이지(www.clonaid.com)를 통해 1인당 20만 달러를 받고 인간 복제를 해주겠다고 선전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라엘리안의 당초 관심사가 각국에 외계인을 맞이하는 대사관을 짓는 것이었다가 돌리 탄생 이후 갑자기 인간복제로 바뀐 점을 들어 외계인을 과학적 이슈에 꿰어맞춰 교묘한 돈벌이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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