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발표된 대통령직 인수위 인선 내용은 차기 정부 국정운영의 큰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단초다. 뿐만 아니라 노무현(盧武鉉) 정부에서 추진될 정책 시스템의 형식과 내용, 청와대와 정부의 역할 분담, 대야(對野) 관계 등에 대해서도 대략적인 윤곽을 그려볼 수 있는 밑그림이 되고 있다.인수위 인선에서는 무엇보다 노 당선자가 차기 정부의 핵심 과제를 여전히 '변화와 개혁'의 실천과 보완에 두고 있음이 확연히 드러난다. 노 당선자측의 한 핵심 관계자는 "각 분과위의 간사로 전진 배치된 40대후반∼50대초반 소장 학자들의 성향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중도 개혁"이라고 말했다.
임채정(林采正) 인수위원장은 이날 인수위 참여 학자들이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청와대 비서진 등으로 발탁될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이는 노 당선자가 개혁 드라이브를 거는 과정에서 청와대를 개혁의 사령탑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는 뜻이다. 상대적으로 내각 운영의 기조는 안정과 균형이 될 것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청와대와 내각의 역할 분담이 이루어지게 된다. 인수위 참여 학자들은 인수위 활동 이후에도 노 당선자를 보좌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들의 임무수행 방식은 '긴 호흡'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노 당선자는 현 정부가 표방한 중도개혁 노선상의 정책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에도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음이 확인된다. 인수위 참여 학자들이 대부분 현 정부에서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 공정거래위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해왔다는 사실이 이를 반영한다. 노 당선자가 공언한 대로 현역 의원들의 인수위 참여를 배제한 것도 정책 점검에 있어서 정치적 판단을 가급적 탈피, 정책의 일관성을 도모하겠다는 향후 국정 운영 기조와 연결된다. 한편으로 인수위 부위원장에 김진표(金振杓) 국무조정실장이 임명된 것 등은 노 당선자가 개혁성에 바탕을 두면서도 이상과 현실의 접목을 중시하는 현실적, 실용적 측면을 고려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노 당선자가 개혁·진보 성향의 학자로 인수위의 핵심 포스트를 채운 데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없지 않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국정운영에는 관료와 전문가, 기업가 등을 적절히 배합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고 학계에서도 "학자 등용이 불확실성이나 내부 갈등 때문에 실패한 사례도 적지 않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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