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이회창(李會昌)'을 겨냥한 한나라당 각 세력 간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당 쇄신을 둘러싼 최근의 갈등도 따지고 보면 차기 당권을 차지하기 위한 명분 축적과 경쟁 틀 바꾸기 싸움의 성격이 짙다.내년 2월 또는 3월에 열릴 것으로 보이는 전당대회의 지도부 경선이 현행 방식대로 치러진다면 지구당 위원장이나 대의원 분포 상 민정계 중진들이 절대 유리하다. 대선 패배 책임론과 변화 바람이 민주계 등 비주류에 일정한 반사 이익을 안길 수도 있겠지만 근본적 역학 구도가 바뀌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미래연대 등 소장 개혁파가 원내 정당 건설이나 최고위원제 폐지 등을 들고 나오는 것도 현재의 경쟁 틀로는 당권 장악의 희망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민주계와 개혁 성향 중진들이 이에 동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이들은 최소한 대의원과 일반 유권자가 함께 참여하는 국민경선 방식의 경선제라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렇지 않으면 일부 지도부에 진출하더라도 들러리에 그치는 만큼 반드시 경선 제도를 바꾸겠다는 태세다.
이런 가변적 상황 때문에 현 시점에서 차기 당권의 향배를 점치기는 이르다. 다만 당내 기반, 대외 인지도, 개혁성 등에서 경쟁력이 있는 유력 후보군은 떠오른 상태다.
민정계에서는 세대교체를 앞세운 강재섭(姜在涉) 최고위원과 김진재(金鎭載) 박희태(朴熺太) 하순봉(河舜鳳) 강창희(姜昌熙) 최고위원, 최병렬(崔秉烈) 김영일(金榮馹) 의원 등이 세를 형성하고 있다. 비(非) 민정계에는 박근혜(朴槿惠) 김덕룡(金德龍) 홍사덕(洪思德) 이부영(李富榮) 강삼재(姜三載) 의원이 강력한 도전자들이다. 지지세가 폭넓은 서청원(徐淸源) 대표는 대선 패배 책임론을 털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초·재선 그룹에서는 맹형규(孟亨奎) 안상수(安商守) 홍준표(洪準杓) 김부겸(金富謙) 심재철(沈在哲) 의원 등이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런 다자 경쟁은 필연적으로 득표기반 확대를 위한 후보간 짝짓기를 예고하고 있다.당내에는 이미 강재섭(대구·경북) 강삼재(부산·경남) 강창희(충청권) 의원 등 50대 3인의 '세대교체 연대'와 김덕룡(호남) 이부영(수도권) 박근혜(영남) 의원의 '개혁 연합'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또 박희태 하순봉 최고위원 등을 중심으로 수도권과 원외 위원장을 아우르는 민정계 연합, 김덕룡 이부영 의원 등과 소장파가 손잡는 범개혁연대 등의 다양한 그림이 나돌고 있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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