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와있다. 해마다 이 맘 때면 우리는 '술로 인해 몸이 상할지언정 벗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는 말라'는 말 때문에 술을 멀리하기 어렵다. 거절할 수 없는 망년회와 들뜬 마음들이 우리를 무절제한 삶으로 유혹하는 때이다. 망년회 자리에서 우리의 몸과 마음을 멍들게 하는 것이 술이다.술은 적당히 마시면 보약이 된다고 한다. 그렇지만 망년회에서 술을 적당히 마시기란 참으로 어렵다. 지나친 음주는 알코올성 간염, 간경화를 유발하며 위, 대장, 췌장 등 소화기 질환에 영향을 미친다.
최근 들어 알코올은 심장, 콩팥, 관절 등과 관련된 모든 병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까지 보고됐다. 술은 위에 직접 작용하여 위염을 일으키고 췌장기능 장애를 유발해 당뇨병 합병을 유발하기도 한다. 술에 영향 받는 약이 150여종이며 특히 뇌신경계약, 궤양약, 당뇨 및 고혈압과 심장약을 복용하는 환자에게는 술이 상극이다.
올해 들어 술자리 위주의 망년회를 탈피하자는 움직임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운 마음이 앞섰다. 흥청대는 분위기가 사라지고 직장인들 역시 돈도 아끼고 술 때문에 몸을 축 낼 일도 없는 망년회를 반기는 분위기다. 어느 기업체 임직원들은 망년회를 생략하고 부서별로 식당 식권을 모아 이를 현금으로 환불해 장애인 복지시설에 기탁했다고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이란 질병이 없거나 허약하지 않은 상태가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완전히 안녕한 상태'라고 정의했다. 최근에는 여기에 '영적으로 건강한 상태'가 추가됐다. '술 권하지 않는' 망년회가 많아져 한 해를 어떻게 보냈는지,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았는지, 그래서 한 해의 끝자락에서 우리의 불완전한 삶에 깃든 행복이 얼마나 많았는지를 되돌아봤으면 한다.
함 준 수 한양대병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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