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현대적인 빌딩의 푹푹 찌는 실내온도. 그룹 회장이 얼음장 같은 시체로 발견된다. 이어 장관과의 염문설에 휩싸였던 한 여인이 샤워를 마치고 나와 불에 타 죽는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어떤 화재 흔적도 발견하지 못한다.'더블 비전(Double Vision)'은 원인이 매우 궁금해지는 연쇄살인에서 출발한다. 잇단 사건에 직면한 경찰은 사체의 뇌에서 발견한 곰팡이를 단서로 수사에 착수하지만 범인색출에는 실패. 대만 경찰은 FBI에 도움을 청하고, 특수요원 케빈(데이빗 모스)이 파견된다.
케빈과 호흡을 맞출 파트너는 경찰 내부 비리를 고발하고 외무 경찰로 좌천된 황 후오투(토니륭). 그는 동료들에게 따돌림 당하고, 아내로부터는 이혼 독촉을 받고 있으며, 아이는 자신의 폭로로 구속되자 앙심을 품은 친척에게 납치됐다 돌아온 후 2년간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벼랑 끝에 몰린 황과 귀신과 영생을 믿지 않는 케빈이 영생을 믿는 광신도 집단을 추적하게 된다.
혹한 지옥, 불 지옥, 창자를 빼는 지옥, 심장을 빼내는 지옥, 혀를 뽑는 지옥 등 도교의 지옥도를 따라 전개되는 살인이나 눈동자가 두 개인 '쌍동(雙瞳)'이 살인자를 점쳐 낸다는 설정이 흥미롭다. 황이 마침내 5차례의 살인교사를 거쳐 마침내 영생을 얻은 '쌍동' 소녀와 만나게 되면서 겪는 갈등도 강도 높은 공포와 잘 버무려졌다. 황이 귀신에 현혹되는 상황은 동양적 주술의 마력과 불행에 대한 잠재의식이 혼재하는 상황으로 풀이할 만하다.
'더블 비전'은 '와호장룡'과 '버추얼 웨폰'에 이은 미국 콜럼비아의 아시아영화 투자 작품. 이번에는 대만 감독이 대만에서 만든 영화로 세계시장 공략에 나섰다. 외국인 배우를 캐스팅한 동양영화의 경우 배우가 겉돌기 마련인데, '공조' 시스템이 확실해서인지 미국 액션영화의 단골 손님인 데이빗 모스가 자연스럽게 영화 속에 녹아 들어갔다. '연인' '동사서독'에서 분위기 그 자체였던 토니 륭도 퇴락한 중년 형사로 나와 자아갈등을 겪는 심도 있는 배역을 훌륭히 소화했다. 감독 첸 쿠오푸. 27일 개봉. 18세 관람가.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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