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노무현 만화CF 히트시킨 박재동 / "팀원 모두 노사모… 내 일처럼 매달렸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노무현 만화CF 히트시킨 박재동 / "팀원 모두 노사모… 내 일처럼 매달렸죠"

입력
2002.12.26 00:00
0 0

제16대 대선 선거운동이 한창이던 14일 1분짜리 애니메이션 CF 한편이 소리없이 방송됐다. 눈 내린 이른 새벽, 환경미화원이 눈 쌓인 비탈길을 묵묵히 치운다. 언덕을 힘들게 올라가다 돌멩이에 걸려 멈춰 선 수레. 이때 마을 사람들이 뒤에서 힘껏 밀어주면서 수레는 정상에 오르고, 환경미화원은 비로소 모자를 벗고 땀을 닦는다.클로즈 업된 환경미화원은 다름 아닌 노무현 당시 민주당 후보였다. 네티즌들로부터 "광고를 예술로 끌어올렸다" "한편의 가슴 따뜻한 동화"라는 평을 받은 노무현의 이 '겨울 서정' CF를 만든 사람이 바로 시사만화가로 이름을 날렸던 박재동(50·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애니메이션과)교수다.

노무현을 지지하는 문화예술인 모임(노문모) 창립멤버로 "뭔가 선거에서 도울 일이 없을까, 고민한 끝에 만든 작품"이라고 했다. "기존 후보 CF와는 다르게 만들자고 생각했습니다. 자극적 메시지보다는 서정적인 드라마 같은 CF, 유권자에게 신선한 선물이 될 만한 CF를 만들자고 팀원들을 독려했죠. 다행히 평도 좋고, 노 후보까지 대통령에 당선돼 요즘은 '내가 이런 세상에서 살 날도 있구나'하고 있습니다."

네티즌의 반응은 대단했다. 노무현 공식 홈페이지에는 "가슴이 뭉클했다. 개혁의 시작과 시원한 마무리를 '겨울 서정'의 빗자루 솜씨만큼 보여달라"(ID 아침이 엄마) "마지막에 등장한 노무현 짱의 얼굴은 맘 좋은 아저씨였다"(ID 미소띤 얼굴로) 등의 글이 줄을 이었다. 인터넷 노무현방송국의 CF 동영상은 지금까지 무려 3만 여명이 보고 또 봤다. 민주당의 총 6편의 후보CF 중에서 가장 많은 13회가 방송됐다.

박 교수가 들려주는 광고제작 과정도 극적이다. 11월 말 광고기획안을 들고 무조건 민주당을 찾아갔다. 김경재 민주당 홍보본부장의 말이 시원했다. "박 화백 팀이 만든 것이면 무조건 OK 입니다." 부랴부랴 콘티를 짜 며칠 후 설명회를 갖고, 그 자리에서 제작비의 50%인 5,000만원을 받고 제작에 착수했다. 그러다 후보 단일화 문제가 터지자 민주당에서 급전이 왔다. "제작 중지!" 노 후보로 단일화가 된 1일주일 후에야 제작이 재개됐다. 방송 하루전인 13일 민주당사에서 가진 시사회 반응은 단 한 마디. "이건 마스터피스(걸작)다!"

"팀원들 고생이 말이 아니었죠. 보름 동안 집에 가질 못했으니까요. 그래도 전부 노사모 회원들이라, 자기 일처럼 기쁜 마음으로 일했기에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박 교수는 인터뷰 내내 '팀'을 강조했다. 1996년 신문의 시사만평을 그만두고 그 해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위해 설립한 (주)오돌또기 식구들 얘기다. 이번 CF에서는 오성윤(총괄·현 대표이사) 유승배(배경) 이춘백(애니메이션) 이종혁(기술) 허태준(미술) 이상윤(콘티)씨 등 6명 전원이 참여했다. 지난해 영상원 교수로 발탁되는 바람에 사외이사로 변신한 자신은 기획과 캐릭터 디자인을 담당했다.

"오돌또기 식구들이 자신감을 얻은 것이 가장 큰 소득입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4·3 제주항쟁을 그린 장편 애니메이션 '오돌또기' 제작에 힘을 쏟을 겁니다. 시나리오를 가다듬고 있는 중이지만 '작품다운 작품을 만들자'는 팀원들의 사기가 하늘을 찔러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