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24일 핵 연료봉 제조 공장에 대한 봉인 제거를 끝으로 동결 핵 시설에 대한 감시체계를 완전 무력화시킴으로써 사실상 1단계 조치를 마무리했다. 따라서 다음 2단계는 핵 동결 해제를 위한 구체적 행동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엄밀히 말해 지금까지는 핵 동결 해제를 위한 준비 단계였다면 앞으로는 실제 핵 동결 해제에 나서는 셈이다. 정부 당국자는 "봉인 및 감시카메라 제거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북한의 핵 동결 이행을 감시하기 위해 설치한 장치의 해체라면 핵 연료 재장전 이나 가동은 제네바 합의에 따른 핵 동결 의무를 실제적으로 위반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폐연료봉 저장 시설까지는 손을 대지 않을 것이라는 일반적 예측과 달리 북한은 모든 핵 시설에 대한 봉인을 일사천리로 제거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향후 북한의 조치를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 그 만큼 북한이 쓸 수 있는 '핵 시위'카드가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북한은 핵 동결 해제를 통해 전력을 생산할 수도 있고 핵 무기 개발에 나설 수도 있다. 이번 '핵 도박'이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겠다는 '벼랑끝 전술'의 일환이라면 미국의 대응에 따라 북한이 내미는 카드는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2단계 조치가 드러나면 북한의 의도나 전술이 좀 더 분명해질 것이라는 게 일반적 전망이다. 북한이 핵 동결 해제의 명분으로 내 세운 전력 생산이 1차적 목적이라면 다음 수순은 평북 영변의 5㎿ 원자로에 대한 핵 연료 재장전과 원자로 가동일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 북한은 5㎿ 원자로 시설에 대한 기술진의 보수 등 가동을 위한 준비를 진행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다음으로 핵 무기 개발이 1차적 목적이라면 폐연료봉의 밀봉 해체 및 방사화학실험실 가동으로 나타날 것이란 예상이다.
하지만 실제 양상은 전력 생산과 핵 무기 개발을 위한 방향으로의 행동이 복합적으로 진행될 공산이 크다. 실제 5㎿ 원자로가 가동 되기 위해서는 1∼2개월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기간동안 북한이 관망 자세를 유지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정부 당국자도 "북한이 서두르더라도 2월 말이나 돼야 원자로 가동이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북한은 원자로 가동을 위한 준비를 하나씩 취해 나가면서 폐연료봉 밀봉 해체 및 핵 재처리 시설 가동 등의 수순에 돌입, 북미간 긴장을 극대화 시킬 것으로 보인다.
내년 1월 예상되는 이라크 전쟁에 미국의 손발이 묶여 있는 사이 '핵 위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림으로써 향후 미국과 있을 대화테이블에서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에 따라 핵 연료 반출―핵 연료 재장전―5㎿ 원자로 재가동―50㎿·200㎿ 원전 건설 재개―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IAEA사찰관 추방―폐연료봉 밀봉 해체―폐연료봉 반출 및 재처리―플루토늄 추출 등의 카드를 복합적으로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진동기자 jayd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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