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과 정권교체기가 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경찰의 수사권 독립 문제가 이번에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서울경찰청을 방문했을 때 호의적인 약속을 한 데다 민주당의 대선공약집도 부분적으로 독자적인 수사권을 부여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한나라당도 제한적인 수사권 독립을 공약한 바 있다. 표를 의식한 대선공약이 다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경찰로서는 어느 때보다 주변환경이 좋아진 셈이다. 경찰은 정권인수위가 가동되면 이 문제를 공론화한다는 방침이어서 논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1954년 형사소송법이 제정된 이래 경찰수사는 검찰의 지휘·감독을 받아 왔고, 이에 따라 검·경의 상호 불신과 갈등이 빚어졌다. 경찰의 수사권 독립에 대한 검찰의 시각은 과거와 약간 달라지기는 했지만 지금도 회의적이다. 구속영장 청구권과 수사 종결권을 넘기는 것은 현행 검찰제도와 형사소송체계에 대한 부정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검찰의 기소권 독점으로 피의자가 이중으로 불려 다니는 불편과 비능률, 검찰의 전횡을 견제할 수단이 없는 점, 경미한 범죄의 경우 검찰지휘가 형식적인 점을 감안하면 수사권 독립을 무조건 배척할 수 없다. 서울지검의 피의자 고문치사 사건으로 경찰의 요구를 거부할 명분이 약해진 것도 사실이다. 지금 거론되고 있는 절도 폭력 교통사범 과실치사등 경미한 범죄는 경찰에 수사권을 넘겨도 무방할 것이라고 판단된다.
이 문제는 민생치안에 관한 것부터 점진적으로 해결해 나가되 전면적인 수사권 독립 여부는 형사·사법제도 전반에 대한 개혁의 일환으로 다루어야 한다. 그 과정에 적용할 중요한 원칙은 분권을 통해 통합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상호 모순되는 것 같지만 분권을 통한 통합이 진정한 사회통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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