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부산아시안게임(9.29∼10.14일)은 북한으로 시작해서 북한으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선수단 1진 159명이 9월23일 동해직항로를 경유, 김해공항에 도착하면서 달아오른 북한에 대한 관심은 28일 다대포항에 북한응원단이 입항하면서 절정에 달했다.부산아시안게임은 북한이 국내에서 열린 국제대회에 처음으로 대규모 선수단을 파견했다는 의미와 더불어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회원국 43개 전회원국의 대회참가를 가져오는 효과를 연출, 37억 아시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남북이 하나돼 펼친 16일간의 감동과 환희의 드라마는 29일 2000시드니올림픽에 이어 남북이 한반도기를 앞세워 동시입장하고 하형주 동아대교수와 96애틀랜타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 계순희가 공동성화주자로 성화를 밝힘으로써 시작됐다.
당시 네티즌이 가장 만나고 싶은 북한스타로 응원단을 꼽은 것처럼 엄선된 미녀들로 구성된 280여명의 북한 응원단은 끊임없이 화제를 몰고 다녔다. 북한응원단이 찾는 경기장은 '꽃미녀'를 보기 위한 구름관중으로 매진사례를 연출했고 리더 역할을 했던 리유경은 최고 인기스타로 떠올랐다. 리유경과 계순희는 팬클럽사이트까지 생겨났고 먼발치에서나마 그들을 만나기 위한 발길은 대회 내내 끊이지 않았다.
북한응원단은 공동응원으로 경기장을 남북화해의 장으로 만들었다. 북한응원단이 '조국'을 외치면 우리 관중은 '통일'로 화답했고 '우리는'을 선창하면 '하나다'로 맞장구쳤다. '잘한다 잘한다 우리선수 잘한다. 이겨라 이겨라 우리선수 이겨라' 등은 유행어가 되기도 했다. 북한이 비록 금 9 은 11 동 13개로 9위에 그쳤지만 응원단을 중심으로 한반도를 강타한 북한신드롬은 6월의 월드컵 열기에 버금갔다.
종합 2위를 목표로 했던 한국은 금 96 은 80 동 84개로 기대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마지막날 이봉주가 마라톤에서 2연패의 쾌거를 이뤄냈으며 남자농구가 20년만에 중국을 연장전 끝에 극적으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 피날레를 장식했다. 남자농구의 역전드라마는 네티즌이 뽑은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 꼽히기도 했다. 또 북한여자축구 우승, 카타르와 사우디의 육상돌풍, 남자수영 평영 100m에서 기타지마의 세계신 작성, 4만 서포터스의 열성 응원 등이 인구에 회자되기도 했다.
/여동은기자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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