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정찰기 한 대가 23일 이라크 남부 비행금지구역에서 이라크 군에 의해 격추돼 걸프 해역 긴장이 한층 고조됐다. 미국에 대한 이라크의 비난도 보다 강해졌고 미국은 구체적인 전쟁 준비에 몰두하며 이라크를 압박하고 있다.■미 무인 정찰기 피격
23일 오후 이라크 남부 비행금지구역을 초계 비행하던 미군 무인 정찰기 프레데터가 이라크 전투기의 공격을 받아 격추됐다고 이라크와 미국 양측이 확인했다. 지난달 8일 새로운 유엔 결의안이 채택된 이후 미군 항공기가 비행금지구역에서 격추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행금지구역은 1991년 걸프전 이후 미·영·불 연합군이 이라크 남부(북위 33도 이남)와 북부(북위 36도 이북)에 임의로 설정했다. 연합군은 이 지역에 이라크 전투기의 비행을 금지하고 있지만 이라크는 주권 침해라며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라크는 올 들어서만 비행금지구역의 연합군 항공기에 약 500차례의 공격을 가했다. 그러나 대부분은 지대공 미사일에 의한 공격으로, 이번처럼 이라크 전투기가 출격해 정찰기를 격추한 것은 이례적인 것이다.
리처드 마이어스 미 합참의장은 "프레데터 격추가 이라크와의 긴장 고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앞서 두 대의 프레데터가 격추된 바 있다"고 말했다. 불필요한 확대 해석을 막으려는 의도다. 그러나 이날 뉴욕 상품거래소에서 내년 2월 인도분 경질유가 2년 만에 최고치인 배럴당 32달러에 육박하는 급등세를 기록하고 금값도 치솟는 등 이미 시장에서는 전쟁이 임박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의 전쟁 준비
항공기 80대를 탑재한 최신 항공모함 해리 트루먼호와 10여 척의 전단은 이라크전 지원 목적으로 지중해 동부로 향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항모 조지 워싱턴호와의 교대일 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이라크전에 대비한 포석이다. 이로써 조만간 미군 항모 4척이 이라크 공격이 가능한 지중해 및 인도양에 집결하게 된다. 미국은 또 이라크 공격 시 이용할 가능성이 있는 터키 공군기지에 대한 예비점검에 들어갔다.
로이터 통신은 미국 정부 관리가 "후세인을 무장해제하려는 조치들이 마지막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이라크의 재외공관장들에게 미국의 전쟁 야욕을 전세계에 폭로하도록 지시해 국제사회의 반미 여론 조성에 나섰다. 타리크 아지즈 부총리는 미국의 역내 군사력 증강배치는 "중동에서 북아프리카에 이르는 전체 아랍국가를 겨냥해 세계대전 규모의 전쟁을 벌이기 위한 전략적 군사력 증강"이라고 비난했다.
■무기 사찰 지속
전쟁 분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유엔 무기사찰단은 23일 이라크 대량살상무기의 열쇠를 쥐고 있는 핵 관련 과학자들에 대한 첫 조사에 들어갔다.
사찰단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요원들은 이라크에서 과학자들을 상대로 개별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들을 국외로 불러 조사하기 위한 준비에도 착수했다고 IAEA 대변인이 밝혔다.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IAEA 사무총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라크를 떠나고 싶어하는 과학자들에 대한 확인 작업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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