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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기의 골프& 라이프]장려 않더라도 규제는 풀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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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기의 골프& 라이프]장려 않더라도 규제는 풀었으면

입력
2002.1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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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어느 골프 잡지사에서 근무하는 기자가 찾아 왔다. 한국골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것이었다. 내가 먼저 질문을 던졌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말씀하시더냐." 기자는 대충 이런 식으로 전했다. "무엇보다 골프에 대한 규제를 풀어야 한다. 골프대중화를 위해서도 그렇고, 해외로 나가는 골퍼들의 수를 줄이기 위해서도 골프장 건설을 적극 권장해야 한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도 수익사업의 일환으로 골프장 건설을 검토해야 한다."1993년 3월께의 일이었다. 나는 그 때 다른 신문사에 글을 쓰고 있었다. 그 무렵 새로 취임한 김영삼 대통령이 골프가 좋은 운동이기는 하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고 국민들 사이에 위화감을 조성한다며 재임 중 골프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새 대통령의 이 한마디는 '골프금지령'이 되었고, 이 땅에서 골프하는 것은 마치 대역죄를 저지르는 행위로 인식됐다.

나는 골프가 정말로 좋은 운동이라면 위화감을 없애도록 노력하는 것은 물론 더 많은 국민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정책을 펴는 것이 대통령의 책무라고 여겨 골프금지령은 잘못됐다는 취지의 글을 쓴 적이 있었다. 그러자 얼마 뒤 한 사회단체의 수장이자 저명한 대학교수의 '골프도덕론'이라는 글이 같은 신문의, 스포츠면이 아닌, 1면 좌측상단에 실렸다. 대통령의 골프금지령은 지극히 합당하다는 취지였다.

김영삼 대통령이 취임하기 훨씬 전부터 우리나라에는 국민체육을 진흥하기 위한 국민체육진흥법이 있었다. 그런데 골프금지령을 발표한 뒤인 1994년 1월 7일 법률 제4719호로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이 제정·공포됐다. 제정 목적은 국민체육진흥법에서 정한 취지를 구체적으로 구현하는 데 있었다. 물론 골프장업을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육성할 의무가 있는 체육시설의 한 가지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 법은 얼핏 보면 골프장 육성법이요, 골프진흥법이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입법취지와는 달리 골프규제법이다. 그 까닭은 관계 공무원들이 당시 대통령의 골프금지령에 아첨하기 위해 입법했기 때문이다. 이 법은 그 후 몇 차례 개정을 거쳐 더욱 더 개악된 채 오늘에 이르고 있다.

나는 골프에 대한 규제가 없어져야 한다는 데 적극 동의한다.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중 골프와 관련된 부분은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골프를 장려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생각을 달리한다. 골프라는 운동이 국민체육에 있어 다른 종목에 비해 특별히 우대받을 뚜렷한 이유가 없다. 또 골프를 하는 사람들의 위치와 숫자를 고려해볼 때 골프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까지 나서 장려해야 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

/변호사 sodongk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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