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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부른 "빅리그 타령" 가슴만 멍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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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부른 "빅리그 타령" 가슴만 멍든다

입력
2002.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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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던 임창용(삼성)과 진필중(두산)이 잇따라 실패의 쓴맛을 봤다. 두 선수는 모두 국내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투수. 때문에 두 선수의 좌절은 마이너리그 수준으로 평가 받고 있는 한국 야구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동시에 최근 불고 있는 무분별한 메이저리그 진출 시도에 경종을 울리는 '사건'으로 야구계는 받아들이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너도 나도 메이저리그

한국 야구가 메이저리그에 첫 발을 내디딘 것은 1994년 1월 박찬호(당시 한양대 2학년)가 LA 다저스에 입단하면서부터. 이후 서재응(뉴욕 메츠) 김선우(몬트리올 엑스포스) 김병현(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최희섭(시카고 컵스) 등이 줄줄이 빅 리그 유니폼을 입었다. 멀게만 생각했던 꿈의 무대가 친숙해진 탓일까. 최근 국내 무대서 조금이라도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는 한 목소리로 "메이저리그 입성이 꿈"이라고 말할 만큼 한국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붐을 이루고 있다. 내년시즌이 끝난후 홈런타자 이승엽(삼성)과 심정수(현대)도 도전하겠다고 선언한 상태이다.

▶한국 야구는 마이너리그 수준

99년, 2000년 2년 연속 구원 왕에 올랐던 국내 최고의 마무리 진필중에게 메이저리그가 제시한 응찰액 2만5,000달러(약3,000만원)는 마이너리그에 이제 막 발을 들여놓은 루키 몸값과 비슷한 액수. 한 야구전문가는 "메이저리그가 한국 야구의 수준을 마이너리그 더블A 정도로 평가하고 있다는 반증"이라며 "마이너리그에도 임창용, 진필중만큼 던지는 투수들은 넘쳐 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한 에이전트의 정보력 부족 등 '마케팅 실패론'에 대해 구경백 경인방송 해설위원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날카로운 눈을 갖춘 프로"라며 "그들이 요구하는 실력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라고 반박했다.

▶눈 높이 낮추고 실력을 길러야

기량에 걸맞지않게 터무니없이 높은 계약금을 원하는 것도 걸림돌이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중간 계투 요원으로 평가했던 임창용의 소속구단 삼성이 목표로 했던 이적료는 300만 달러. 하지만 올 시즌 63경기서 7승2패, 방어율 0.95의 성적을 올렸던 메이저리그 최고 수준의 중간계투 크리스 해몬드가 최근 뉴욕 양키스와 계약하면서 받은 연봉이 240만 달러.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최근 국내 프로야구 선수들의 몸값이 치솟은 반면 메이저리그는 오히려 각 구단별로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면서 "검증되지 않은 선수에게 100만 달러가 넘는 거액을 제시할 메이저리그 구단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일부 스타급 선수들이 자신의 기량은 생각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빅 리그 진출을 고집하는 가운데 일부 구단에서 선수의 요구에 떠밀려 시장상황에 대한 정확한 조사 없이 진출을 시도하는 것도 실패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MLB구단은 자선단체가 아니다"

"스즈키 이치로(시애틀 매리너스)정도의 실력이 아니면 포스팅 시스템(공개입찰)을 거쳐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생각은 아예 버려라. 그래도 빅리그에 서고 싶다면 자유계약선수(FA)자격을 얻은후 추진해라.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당장 주전으로 뛰지 못하는 선수에게 거액의 이적료를 지불하면서까지 데려가는 자선단체가 아니다."

최희섭(시카고 컵스)의 에이전트인 이치훈(32)씨가 밝힌 메이저리그 진출법이다. 이씨는 임창용 진필중의 빅리그진출 좌절에 대해 "충분히 예상된 일"이라며 "국내 선수들이 메이저리그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는 "선수 자신이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수 있을지 여부를 명확히 인식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덧붙였다.

현행 야구규약 아래서 국내프로선수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프로데뷔후 7년이 지나고 일정조건을 충족한 후 포스팅 시스템에 응찰하는 것과 9년 이상 뛰어 FA자격을 획득, 자유롭게 메이저리그구단과 계약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포스팅시스템 응찰은 4전4패. FA자격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사례는 없다.

이치훈씨는 "국내에서 잘 던진다고 미국무대에서도 통할 것이란 생각은 자만에 불과하다.먼저 자신의 주무기를 최소 3,4개 가지고 마이너리그서도 1∼3년 정도 '눈물젖은 빵'을 먹을 각오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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