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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680)아라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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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680)아라공

입력
2002.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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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12월24일 프랑스 시인 루이 아라공이 85세로 작고했다. 아라공은 제1차 세계대전에 군의관으로 참전하고 제대한 뒤, 앙드레 브르통, 필리프 수포 등과 함께 잡지 '문학'을 창간해 다다이즘 운동에 뛰어들며 문학 이력을 시작했다. 그는 이후 일부 다다이스트들과 함께 초현실주의자가 되었고, 다시 일부 초현실주의자와 함께 공산주의자가 되었다. 다다이즘에서 초현실주의를 거쳐 공산주의에 이르는 아라공의 문학적·이념적 궤적은 두 살 위의 동료 시인 폴 엘뤼아르와 평행선을 그었다. 아라공은 엘뤼아르보다 더욱 견결한 공산주의자였다. 스페인 내전 뒤 유럽 전역으로 번진 반파시즘 투쟁과 전쟁을 배경으로 개인들의 절망과 희망, 연애와 우정을 그리며 '공산주의적 인간'을 새 시대의 이상적 인간형으로서 제시한 대하 소설 '레 코뮈니스트'에는 공산주의에 대한 아라공의 신념과 자부심이 배어있다.아라공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아내 엘자 트리올레다. 러시아 시인 블라디미르 마야코프스키의 처제인 엘자를 아라공이 만난 것은 초현실주의와 공산주의 사이의 삐걱거림으로 심사가 복잡하던 1928년이었다. 레지스탕스 문학의 걸작으로 꼽히는 소설 '아비뇽의 연인들'의 작가이기도 한 엘자는 1930년대 이후 아라공의 작품 태반에 짙은 흔적을 남긴 말 그대로의 반려였다.

아라공의 시 '엘자의 눈' 한 대목. "네눈은 한없이 깊다/ 나는 세상의 모든 태양이 그 속에 제 모습을 비추고/ 절망한 사람들 모두가 거기 몸을 던져 죽는 것을 보았다/ 네 눈은 한없이 깊어 나는 거기서 기억을 잃는다// 어느 날 저녁 세계는 해적들이 불을 붙인/ 암초에 부딪쳐 산산조각 났다/ 나는 그 때 바다 위에서 빛나는 것을 보았다/ 엘자의 눈이, 엘자의 눈이, 엘자의 눈이."

고 종 석/편집위원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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