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전체의 유산인데 나 혼자 보고 만족할 수는 없지요."23일 한국, 중국 등 동아시아 와전(瓦塡·기와와 벽돌)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하는 등 문화 발전 공로로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은 유창종(柳昌宗) 서울지검장은 "청소년 등 전통문화 교육에 이바지하고 싶어 유물들을 기증하게 됐다"고 말했다.
유 지검장이 기증한 와전은 한국 유물 1,100점 등 모두 1,873점으로 단일 종류로는 중앙박물관 사상 최대 규모. 삼국시대부터 조선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를 대표할 만한 귀중한 사료라고 박물관측은 설명했다.
"1,000여년 전 기와를 처음 집어 들었던 순간 짜릿한 전율을 느꼈어요." 유 지검장은 1978년 평검사 시절 충주 탑평리에서 '습득'한 기와와의 첫 만남을 회고했다. 그 뒤 서울 인사동 등을 수소문, 월급을 쪼개 한점 씩 모은 게 어느새 집안을 가득 채우고도 남을 양이 됐다.
'기와검사' 유 지검장이 자식처럼 아끼는 기와를 기증하게 된 데는 남다른 이유가 있다. 중앙박물관의 유일한 기와 전시관의 유물 기증자가 다름아닌 일본인이라는 것. 그는 "자존심 상하고 부끄러워 도저히 집안에 놓아둘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의 문화재 사랑은 여기에 그치지 않아 중원 고구려비 발견, 중요 무형문화재인 구례 줄풍류 및 양주 별산대 놀이 후원회 재건, 순천 전통문화보존회 창설 등으로 이어졌다. 94년 '충무공 가짜 총통 사건' 적발도 우연이 아닌 셈. 유 지검장은 "부임하는 곳마다 배우고 모을 민족 유산이 많아 지방 근무가 즐거웠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는 "보다 많은 청소년들이 전통 문화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며 "그들을 위해 앞으로도 유물을 구하는 대로 기증하겠다"고 약속했다. 유 지검장은 72년 사법고시(14회)에 합격, 서울지검 강력부장, 성남지청장, 대검 중수부장, 법무부 법무실장을 거쳐 지난달 서울지검장에 부임했다.
한편 중앙박물관측은 24일부터 내년 2월까지 '유창종 기증 기와·전돌 전시회'를 개최하며 2년 뒤 용산에 마련될 새 박물관에 '유창종실'을 상설 운영키로 했다.
/강훈기자 hoon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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