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량에 따라 올라가는 전화요금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이 많아도 애써 전화통화를 자제했던 사람들의 고민이 내년부터 크게 해소될 전망이다. 매월 일정액의 전화 요금만 내면 무제한으로 통화할 수 있는 '정액제 요금 상품'이 잇따라 등장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정보통신부는 23일 통화량에 비례해 요금이 매겨지는 현행 '종량제' 위주의 통신요금 체계를 '정액제' 위주로 개편키로 했다고 밝혔다. 정통부 관계자는 "가입자들이 자유롭게 통신서비스를 이용해 통화량 증가를 유도함으로써 통신 사업자들도 더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도록 통신요금 체계를 정액제 중심으로 바꿀 방침"이라고 말했다.■정액제로 활로 모색
통신요금 체계 개편에 맞춰 KT와 SK텔레콤 등은 다양한 정액제 상품을 준비 중이다.
지난 9월 시내·시외전화 정액요금제로 재미를 본 KT는 내년에는 휴대폰에 건 통화에도 정액제 요금을 도입키로 했다. 평균 휴대폰 통화요금의 절반을 정액제로 내면, 10초당 15.65원인 통화요금을 절반인 7∼8원 수준으로 깎아준다는 것이다. 예컨대 월평균 휴대폰에 건 전화요금이 4만2,000원일 경우 매달 2만1,000원을 정액으로 내면 10초당 통화요금을 기존 절반 수준으로 낮춘 상태에서 무제한으로 휴대폰에 전화를 걸 수 있게 된다.
KT는 또 1가구 2전화 시장을 겨냥, 또다른 정액요금 상품인 '나만의 전화'를 내놓을 예정이다. KT관계자는 "한달 시내전화 이용요금이 1만원인 가정은 5,000원의 정액요금만 내면 별도의 전화를 설치해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부모와는 별도로 자녀들이 전용으로 사용하는 전화를 보급할 경우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KT의 정액요금 상품 도입에 맞서 SK텔레콤은 최근 휴일 또는 심야에 통화량이 많은 고객이 1만∼1만5,000원만 추가로 내면 11시간까지 무료로 통화할 수 있는 '프리 요금제'를 내놓았다. 이밖에 하나로통신, 데이콤, KTF, LG텔레콤 등도 정액요금제 상품 도입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액제로 통신요금 더 싸진다
전문가들은 정액 요금제는 통신업체와 이용자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통부 관계자는 "1999년 530억8,800만분이던 연간 유선전화 통화량이 올해에는 340억분 수준으로 감소하는 등 매년 15% 이상 줄어들고 있으며, 이에 따라 유선전화 회선망 중 50%가량이 방치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액 요금제 도입은 통신재고 누적으로 고민하는 통신업체의 수익성을 개선시켜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통부는 또 통신요금 체계 개편과 함께 그동안 일일이 정부가 인가하던 KT와 SK텔레콤의 요금결정에 자율성을 부여, 통신요금의 추가 인하가 가능토록 했다. KT에 대해서는 가격상한제를 적용, 정부가 제시한 상한선 이하에서는 재량껏 요금을 결정토록 했다. SK텔레콤에는 유보신고제를 도입해 SK텔레콤이 자율적으로 결정한 요금제를 1개월 이상 무리없이 운영하면 자동적으로 도입을 승인해 주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액제 요금이 도입되면 일부에서 필요없는 통화량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분당 평균 통화요금을 낮추는 효과를 거두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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