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가 23일 당선후 처음으로 밝힌 새 정부 국무총리 및 내각 인선에 대한 구상은 '개혁 대통령, 안정 총리'로 요약된다. 노 당선자 자신은 대통령으로서 전략적 개혁과제를 발굴, 실천에 옮기는 데 주력하고 내각은 총리를 중심으로 정책의 일관성을 살리면서 안정적으로 운영해 나가겠다는 뜻이다.이 같은 구상에는 국민이 요구하는 변화와 개혁을 무리 없이 수행하기 위해 내각을 비롯한 공직사회의 안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또 안정감과 균형감을 갖춘 인사를 총리로 임명한 뒤 총리에게 내각 운영에 관한 실질적 권한을 주겠다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 노 당선자는 "국민들은 나를 변화 지향적이고 개혁적인 인물로 보고 불안해 하기도 한다"고 전제, '그래서 내각은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노 당선자가 구체적 인물을 염두에 두고 '안정 총리'를 언급한 것은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당내에서는 노 당선자의 정치 고문인 김원기(金元基) 의원이 거론되고 있고 당 밖 인사로는 김종인(金鍾仁) 전 청와대 경제수석, 고건(高建) 전 총리의 이름이 나오고 있으나 누구도 무게를 실어 얘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노 당선자가 민주당 원내외 인사들의 입각이 가급적 배제될 것임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도 내각의 안정성을 고려한 측면이 강하다. 당장 2004년 총선에서 명실상부한 집권당의 위상을 재정립해야 하는 처지에 당의 주요 인력을 정부에 배치하는 것은 당과 정부의 불안정성을 동시에 증폭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인 것이다.
내각의 안정을 변화와 개혁의 토대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는 청와대 비서실을 개혁 과제의 기획 팀으로 운영하겠다는 구상과도 직접 맞물려 있다. 대통령이 청와대 비서실을 직접 지휘하면서 전략적 개혁 과제를 설정하면 내각이 이를 안정적으로 집행해 나가는 시스템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노 당선자는 이로써 청와대와 정부, 당이 서로 보완하는 역할분담과 시스템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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