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영변의 5㎿ 원자로와 8,000개의 폐연료봉 저장시설 봉인 제거에 이어 23일 핵 재처리 시설인 방사화학실험실에 대한 봉인 제거에도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방사화학실험실은 폐연료봉의 화학적 처리를 통한 무기급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는 핵 재처리 시설로 전력생산과는 관계가 없는 시설이다. 북한의 이번 조치는 핵 개발과 직접 연관된 조치로 보여 북미간 긴장을 크게 고조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북한은 1994년 제네바 합의에 따라 동결된 핵시설 5곳 가운데 3곳의 봉인을 제거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방사화학실험실의 봉인 제거에도 나선 것으로 안다"며 "정부는 모든 가능성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2일 오스트리아 빈 본부에서 발표한 성명을 통해 북한이 영변의 5㎿ 원전에 이어 두번째로 8,000여개의 폐연료봉을 보관하고 있는 수조의 봉인과 감시 카메라를 제거했다고 비난했다. ★관련기사 3면
문제의 폐연료봉 8,000여개는 재처리과정을 거치면 핵폭탄 3∼6개를 제조할 수 있는 25㎏의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폐연료봉은 곧바로 핵무기 제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봉인과 감시는 1994년 북미 제네바 핵 합의의 핵심이다.
한편 IAEA는 북한의 핵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조만간 특별이사회를 소집할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북핵 문제는 IAEA 결의안을 거쳐 유엔안보리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이진동기자 jaydlee@hk.co.kr
빈 외신=종합
미국은 북한이 점점 더 핵무기제조에 근접할 경우 '비외교적' 대응을 검토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뉴욕 타임스가 부시 행정부의 고위 관리를 인용, 23일 보도했다.
이 고위 관리는 "지금까지는 아무도 대북 경제제재나 봉쇄 같은 더 강력한 조치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대결 국면이 격화하면 이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부시 행정부 관리들이 최근 몇 주간 북한의 위협을 애써 무시하려 해 왔지만 북한이 미국과의 대결을 격화하기 위해 이토록 빨리 실제 행동에 나설 줄은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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