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청와대에서 열린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의 첫 오찬 회동에서는 북한 핵 문제와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등 한미 관계, 북미 관계 등 외교 현안이 주된 화제였다. 이날 회동은 당초 노 당선자 축하 자리로 마련됐으나 북한의 폐연료봉 시설 봉인 제거 등 급박한 정세 때문에 북한 핵 문제 대책 등이 집중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김 대통령과 노 당선자는 이날 한 미 일 등 국제공조를 통해 북한 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함께 했을 것이라는 게 주변의 관측이다. 박선숙(朴仙淑) 청와대 대변인은 "두 분이 북한 핵 문제를 중심으로 국제관계에 대해 주로 말씀하셨다"며 "미·일·중·러·EU 등과의 관계에 대해 많은 의견을 교환하셨다"고 말해 이를 뒷받침했다. 김 대통령은 특히 노 당선자에게 정상회담에 대한 경험을 설명해줬다는 후문이다. 회동에서는 또 원활한 정권 인수인계 및 국정의 성공적 마무리 문제 등도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낙연(李洛淵) 당선자 대변인은 "두 분이 얘기에 열중하면서 음식을 제대로 비우지 않았다"고 진지했던 대화 분위기를 전한 뒤 "김 대통령이 전임자로서의 경험을 토대로 많은 설명을 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김 대통령은 오전 11시55분께 본관에 도착, 현관 앞쪽 복도에 서서 기다리다 박지원(朴智元) 비서실장을 보내 노 당선자를 맞이했다. 김 대통령은 노 당선자가 본관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악수를 청하면서 인사를 나눴다.
노 당선자는 김 대통령이 엘리베이터에 먼저 탈 것을 권하자 극구 사양했으나, 거듭된 권유에 먼저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두 사람은 백악실로 이동, 오찬 테이블에 자리를 잡은 뒤 김 대통령의 축배 제의로 포도주를 들고 건배했다. 김 대통령이 선거운동 소회를 묻자 노 당선자는 "4월28일 후보가 됐는데 후보가 빨리되면 좋은 줄 알았으나 해보니 후보 기간이 긴 것이 고통스러웠다"며 "나중에는 이기고 지는 것보다 선거가 빨리 끝났으면 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건강관리 비결을 묻는 노 당선자의 질문에 김 대통령은 "나는 건강이 좋지 않다는 잘못된 소문이 있어서 더욱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잘 마치셨다"라며 노 당선자의 승리를 축하한 뒤 배석자 없이 1시간 30분 가량 오찬을 함께 하며 얘기를 나눴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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