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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파워 혁명 / 그들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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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파워 혁명 / 그들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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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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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경야독을 하는 늦깎이 대학생 이병철(李炳喆·31·방송통신대)씨는 6월 월드컵 때 '붉은 악마' 티셔츠를 입고 서울 광화문 거리를 누볐다. 그리고 6개월 뒤인 12월, 이씨는 찬 바람을 맞으며 광화문에 촛불을 들고 다시 섰다. 대통령 선거일인 19일 그는 노란 풍선을 든 '노무현(盧武鉉)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회원들과 어울려 광화문에서 '길거리 개표 응원'을 지켜보며 환호했다. 그는 붉은 악마 회원이 아니다.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여중생 문제 해결을 위해 결성된 범국민대책위원회, 노무현 팬 클럽인 노사모와도 거리가 멀다. 그의 행동은 누구의 강요도 없이, 순전히 자발적인 의지에 따른 것이었다.■자율적인 참여의식이 지닌 폭발력

2002년 한국사회의 주류로 부상한 2030세대(20∼30대)는 이처럼 특정 울타리에 얽매여 있지 않고도 사안별로 강한 동류의식과 연대감을 분출한다. 경실련 고계현(高桂鉉) 정책실장은 "획일적인 사고체계에 묶여 있는 전쟁세대에 비해 2030세대는 자유로운 사고와 다양성을 지니고 있다"며 "이들은 다양성을 바탕으로 논쟁과 토론 속에서 단일 에너지를 토해내는 폭발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트렌드의 오세제(吳世濟) 대표도 "2030세대가 대선을 통해 그간의 정치 무관심을 넘어 새 정치에 대한 희망을 행동으로 표출했다"며 "노사모, 붉은 악마 현상, 여중생 추모 촛불시위는 젊은 세대의 민족적 자긍심과 자발적 참여의식을 흔들어 깨운 기폭제였다"고 평가했다.

■인터넷민주주의 세대의 부상

2030세대에게는 온라인무대라는 기성세대가 경험하지 못한 또 하나의 사회화 공간이 있다. 익명성의 특성상 기본적으로 권위주의가 발 붙일 수 없는 사이버 공간에서 그들은 서로 소통하면서 각자의 견해에 대한 지지와 냉정한 평가, 그리고 그에 따른 행동을 자발적으로 결정했다. 2030세대가 주축인 네티즌들은 대선기간에 인터넷을 통해 유권자 운동을 펼치며 한국정치 문화의 지평을 송두리째 뒤바꿔놓았다. 바로 '넷 크라시(Net-cracy)'다.

2002대선유권자연대의 김기현(金起鉉) 사무처장은 "과거 선거에서는 후보들의 메시지를 미디어가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수준이었던 데 비해 이번 대선은 유권자들의 목소리가 인터넷 공간을 통해 선거에 영향을 준 최초의 선거"라고 평가했다.

■수평적 네트워크

네티즌들의 역량이 결정적으로 표출된 것은 18일 밤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대표가 갑작스럽게 노무현 후보에 대한 지지철회 선언을 했을 때였다. 사이버 공간은 순간 들썩였다. 다음 등 포털사이트, 정당과 언론기관의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수십만 건의 의견들이 순식간에 올라왔다. 하루 평균 200만∼300만 수준이었던 다음의 대선 코너 페이지 뷰는 18일에는 무려 500만건에 달했다. 고려대 오원교(吳遠敎·행정학과 4)씨는 "정몽준씨 의 '폭탄선언' 소식을 접하고 20분쯤 지나 학교 사이트에 들어갔는데 이미 수백 건의 글이 올라와 있었다"고 전했다. 이들은 선거일인 19일에도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제언을 내놓았고 이는 젊은 층의 막판 투표율을 높이는 원동력이 됐다.

■2030세대의 합리성

도청논란 등 네거티브 선거전략과 북핵, 지역감정 등이 선거판의 이슈로 떠오르지 못한 것도 이를 낡은 수법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이트랜드 오세제 대표는 "젊은 층의 의사소통 수단인 인터넷이 과거 막강권력을 누렸던 일부 오프라인 신문의 영향력과 대등한 경쟁을 벌인 상황이 벌어졌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붉은 악마가 대선에 휘말릴 위기에 처하자 회장이 자진 사퇴하고 일체의 대외활동을 중단했고, 노사모 또한 대선 이후 존폐를 놓고 치열한 내부 토론을 가진 점 등은 2030세대가 '때와 장소'를 가릴 줄 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외대 이흥탁(李興卓·사회학) 교수는 "인간 관계에 인터넷이라는 '기계'가 매개물로 등장하면서 사회의 의사소통구조가 급변하고 있다"며 "50대 이상 기성세대는 IT(정보기술)흐름에 적응하기 힘들기 때문에 앞으로 사회주류의 자리를 젊은 층에 내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2030유권자네트워크 박홍근 상임집행위원장

"젊은 세대가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표현은 사실과 다릅니다. 낡은 정치에 대한 냉소와 불신이 그동안 총체적인 정치불신으로 이어졌을 뿐이죠."

젊은층의 세대혁명이라 불린 이번 대선의 주역은 단연 20, 30대 유권자들이었다. 그 무대뒤에서 폭발적인 유권자 참여운동을 이끌어낸 '2030유권자네트워크' 박홍근(朴洪根·34·사진) 상임집행위원장은 긴 장정을 끝내고 다시 '희망'을 얘기했다.

"지난 대선에 비해 투표율이 9.9% 하락했지만 20∼30대의 투표율 하락은 노·장년층에 비해 오히려 비율이 적었습니다. 20대의 대선 투표율이 10%에 그친 미국과 정치무관심이 팽배한 일본과 비교해도 우리에겐 희망이 있습니다."

박위원장은 "'입은 풀고 돈은 묶는다'는 선거법이 디지털 시대의 변화상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중앙선관위의 보수적, 소극적인 선거법해석 또한 유권자들의 자유로운 선거활동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박위원장은 20,30대를 자신들의 구미에 맞게만 이용하려는 정치권의 행태에 대한 비판도 잊지않았다. "'젊은층의 참여가 특정후보에 도움이 되므로 아들 딸들을 놀러보내자'라는 얘기가 떠돌 땐 정말 할 말을 잃었습니다. 민주주의의 훈련장이라할 선거를 통해 미래의 인적자원을 키워나간다는 인식을 가져야 합니다."

유권자운동이 성공적인 결과를 거뒀지만 그 못지않게 아쉬움도 많다. 그는 "87년 민주항쟁이 민주주의의 승리를 일깨웠다면 이번 대선에서 보여준 젊은 세대의 활약은 변화와 혁신을 바라는 젊은 세대의 무서움을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며 "세대간 대결과 분열을 강조하기보다는 변화를 바라는 젊은층의 건강한 욕구를 사회가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명수기자 lecero@hk.co.kr

■20대 62% 30대 59% 盧압도적 지지

한국에서 15년 만에 50대 대통령이 탄생하던 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선거 결과 "세대혁명의 시대가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이번 대선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한국정치사에 유래 없이 40대를 경계로 신·구세대의 지지후보가 확연히 구분되는 세대간 대결구도로 치러졌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리서치가 조사한 대선결과 분석도 이번 대선이 세대별 대결구도로 치러졌음을 실증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전체 유권자의 48.3%를 차지하는 20대 62.1%, 30대 59.3%가 노무현(盧武鉉) 후보를 지지한 반면 이회창(李會昌) 후보의 지지율은 각각 30대%에 머물었다. 결국 20, 30대의 지지가 노 후보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그런데도 전체 선거결과가 박빙을 이룬 것은 투표율 때문. 30대 투표율은 68.9%, 20대 투표율은 47.5%에 불과한 반면, 50대 이상(이 후보 지지율 58.3% ·노 후보 39.8%)은 81%에 달했고 지지 후보가 반분 된 40대는 85.8%의 높은 투표율을 보였다.

지역에 따른 세대별 지지성향을 살펴봐도 세대변수가 이전까지 제일 큰 변수가 됐던 지역감정을 상당부분 희석시켰음을 볼 수 있다. 호남과 대구·경북 지역을 제외하고는 세대간 지지 성향이 확연히 나뉘어진 것. 수도권에서는 40대 중반을 경계로 지지 성향이 갈렸으며, 부산·울산·경남 지역은 20대 노 후보 우세, 30대 백중, 40대 이후 이 후보 우세 경향을 보였다. 또 충정 지역은 20, 30대 노 후보 우세 40대 이상은 이 후보 우세였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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