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9년 12월23일 미국의 재즈트럼펫 연주자 쳇 베이커가 오클라호마주(州) 예일에서 태어났다. 1988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몰(歿). 베이커는 암스테르담의 한 호텔에서 창문 바깥으로 떨어져 죽었다. 그의 이 미심쩍은 죽음은, 죽기 직전에 찍은 자전 다큐멘터리 '사라져 버리자'의 계시적 울림과 버무려져, 쳇 베이커 신화를 더 증폭시켰다.쳇 베이커의 본명은 체스니 헨리 베이커다. 10대에 가족을 따라 캘리포니아로 이사한 뒤 줄곧 태평양 연안을 음악적 둥지로 삼았다. 중학교 때 트럼펫을 연주하기 시작했고, 베를린에서의 군 복무 시절과 대학 시절에도 트럼펫을 놓지 않았다. 23세에 찰리 파커의 오디션에서 발탁되며 본격적 연주자가 된 그는 곧바로 제리 멀리건의 '피아노 없는 4중주단'(Pianoless quartet: 바리톤 색소폰, 트럼펫, 베이스, 드럼)에 참가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이 4중주단은 내향적이며 약간 찬 듯한 느낌을 주는 소위 쿨 재즈를 주도하며 베이커과 멀리건의 명성을 국제적으로 만들었다. 베이커는 이어 독주자로 얼마간 활동하다가, 자신의 그룹을 만들어 캘리포니아와 유럽을 오가며 명성을 더욱 다졌다.
그보다 세 해 먼저 태어나 세 해 늦게 죽은 마일스 데이비스 때문에 베이커는 당대 트럼펫의 일인자라는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이미 생전에 루이 암스트롱 이후 최고의 즉흥 연주가로 꼽혔다. 베이커는 두 살 아래의 영화 배우 제임스 딘과 자주 비교된다. 쳇 베이커와 제임스 딘은 미끈한 외모도 그렇지만, 자신들의 예술 장르에서만이 아니라 실제 삶을 통해서도 청춘과 일탈을 상징했다는 점에서 닮았다. 20대에 죽은 딘과 달리 베이커가 예순 가까이 산 것이 그런 반항적 젊음의 이미지를 조금 옅게 만들기는 했지만.
고 종 석 /편집위원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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