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리스트 이유홍(25·사진)은 8월 베토벤 첼로소나타 전곡연주 때 1970년대 고등학생처럼 짧게 머리를 잘랐다. 그리고는 계속 그 머리다. "편하고 샴푸 값도 적게 들고… 영국 물가 비싸잖아요? 하하."대범한 연주라는 평을 듣는 젊은 연주가답게 시원시원한 대답이다. 그가 이번에 연주할 곡목은 바흐 무반주 첼로소나타 6곡 중 1, 2, 6번 세 곡. 27일 오후 8시 호암아트홀에서 첼로만으로 첫 독주회를 갖는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소나타 6곡은 연주가에게는 구약성서에 비유될 정도로 무게를 지닌다. 이 곡을 10대 때 처음 발견해 세계 초연했던 전설적인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1876∼1973)도 60대가 되어서야 녹음에 들어갔을 정도이다. 대가들조차 경지에 이르러서야 이 곡을 연주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유홍의 생각은 다르다. "앙코르 곡으로 바흐를 즐겨 연주해요"라며 "곡의 원형은 춤곡"이라고 말한다. 프렐류드 알르망드 쿠랑트 사라방드 미뉴에트 지그로 구성된 첼로소나타는 당시 사람들이 가볍게 즐기던 춤곡을 모은 것. 이유홍의 표현을 빌자면 "워크맨을 듣듯이 악보를 즐기며 연주해야 하는 곡"이라며 즉흥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구조의 명확함도 강조한다. "재즈도 자유롭게 보이지만 구조적으로 굉장히 엄격합니다. 땅이 단단해야 건물을 높이 올릴 수 있듯이 구조가 완전해야 그 위에 자유롭게 연주할 수 있죠." 첼로 하나로 멜로디 화성 반주 리듬 여운까지 표현하려면 이 두 가지가 완벽하게 조화되어야 한다고. 이러한 접근방식은 스승인 바이올린의 거장 예후디 메뉴인(1916∼1999)에게 배웠다.
메뉴인 스쿨의 또다른 교훈은 '인생을 즐겨라.' 신동으로 불리던 메뉴인은 정서적으로 힘든 성장기를 보냈기 때문에 어린 학생들이 원만한 인격을 갖추길 기대했다. 이유홍도 "런던생활 13년이지만 요즘은 인터넷이 있어서 메신저로 친구들과 자주 연락해요. 그래도 연주여행 때문에 툭 터놓고 지내기는 힘들죠"라며 연주가의 아쉬움을 토로했다. 여자친구와도 그런 이유로 헤어졌단다. 숙소를 고를 때도 주변 경관보다는 공항터미널에서 얼마나 가깝나를 따져야 한다. 그래서 앞으로는 연 30여회의 연주를 한 기간에 집중하고 나머지 시간은 자신을 위해 투자하기로 했다. "힙합, 테크노도 많이 듣고 불어 등 어학공부도 할 겁니다. 음악 외에 다른 일도 해보고 싶어요." 다른 일은 아직 비밀이란다.
이유홍은 1990년 메뉴인음악원 재학 중에 예후디 메뉴인에게 발탁되어 유럽 여러 곳에서 협연을 가졌고 1999년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 방한 때 KBS 교향악단과 협연했다. 올 여름 왕립음악원을 졸업했다. (02)1588―1555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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