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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시대]연쇄대담 (2)통일·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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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시대]연쇄대담 (2)통일·외교

입력
2002.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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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인 영 서울대 사대 교수 국제정치학전 현 준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남북관계

전인영= 노무현(盧武鉉) 후보의 당선으로 많은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서 일어난 변화를 실감했을 것입니다. 대북·외교정책 등에서 새 정부의 항해도 순조롭지 만은 않을 것입니다. 먼저 남북관계에서 그의 당선이 갖는 의미, 새 정부 하에서 전망과 과제를 짚어보지요.

전현준= 노 당선자는 큰 틀에서 김대중 정부의 대북 정책의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봅니다. 적어도 정부 출범 초기에는 현 정부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남북관계를 풀어나갈 것입니다. 북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직 직접적으로 노 당선자에 대해 호불호(好不好)를 밝히지 않았지만 기존의 대남관계를 이어갈 수 있게 돼 상당히 안도했을 것입니다. 남북관계가 양측 입장 모두에서,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 이번 선거의 의미일 것입니다.

전인영= 한때 정책이 수렴하는 듯한 모습은 보였지만, 이번 대선은 대북정책에서 이념 대결적 성격이 강했습니다. 선거 전 외신들은 '햇볕정책에 대한 국민투표'라고 정의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노 당선자의 '햇볕정책 계승론'이 승리했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들이 지지를 보냈다는 것은 주목되는 점입니다. 지금까지 남북관계에 대한 우리사회의 보수적 토양이 앞으로 장기적으로 변화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절반 가까이의 유권자들은 반대했습니다. 이른바 '남남갈등'이 새 정부 하에서도 상당기간 계속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대외정책 분야는 노 당선자의 강점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고, 제도 정치권에선 여전히 소수정권입니다. 젊은 세대의 새로운 욕구와 기성 대북관의 격차를 잘 관리해나가야 합니다.

전현준= 대북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국민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새 시대에 맞는 홍보전략이 필요합니다. 세대교체에 따라 우리 사회의 대북관도 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대북정책 홍보는 자신감 있고, 당당한 자세로 해야 합니다. 김대중 정부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대북정책을 밀실에서 몇 사람이 결정했고, 그게 투명성 논란에 걸려 정책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젊은 세대의 대북관은 '실용주의적 통일관'입니다. 가끔 '통일은 왜 해야 하나요'라고 묻는 젊은이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민족 재결합을 지상과제로 여겼던 우리 세대와는 다른 생각인 것입니다. 통일은 경제적으로 이익이 되고, 우리 사회의 개혁을 촉진하며 삶의 질까지 높일 수 있다는 식의 실용적 통일론을 개발해야 합니다.

전인영= 대북정책의 일관성은 유지하되, 담는 그릇은 변화에 발맞춰 새 것을 장만해야 하는 것이지요. 새 정부가 단순히 기존의 정책을 계승하는데 그치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대북지원도 이 같은 전략적 목표를 염두에 두고 북한을 변화시키는 방향으로 유연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행히 북한은 7·1 경제관리 개선조치 이후 경제개방 노선을 확실히 정립했고, 적극적으로 남북대화에 임하고 있습니다.

■한미관계

전현준= 역대 정부에서 한미 간에 이렇게 많은 갈등요소가 잠재한 채 출범하는 것도 드물다고 봅니다. 북한 핵문제 뿐아니라, 내년초로 예상되는 이라크 전의 지원문제, 미사일방어(MD) 참여 문제, 시장 개방 등 경제문제, 그리고 최근의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 문제와 반미감정까지 많은 분야에서 미국의 이익과 마찰을 빚을 소지가 있습니다. 미국에게는 노 당선자가 잘 알려져 있지 않고 대미 문제에 관한 한 진보적 입장을 대변해온 듯해 불안감을 줬던 게 사실입니다.

전인영=경험이 부족하기에 시행착오가 있을 것이고, 좌절도 있을 것입니다. 미국의 대통령들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초기의 '학습기간'을 잘 넘기는 게 중요합니다.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20일 노 당선자에게 직접 전화해 당선을 축하하고 조기 방미를 요청한 것은 좋은 출발입니다. 우리 시민사회가 노력한 결과 미국도 남한 내 반미감정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노 당선자가 미국을 알려고 하듯이, 미국 정부도 인권변호사 출신의 새 한국대통령에게 적응하려 하고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것이지요.

전현준= 국민은 한미관계가 과거처럼 일방적 관계가 아닌 대등한 관계로 나아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럴만한 때도 됐다고 봅니다. 그러나 SOFA 개정은 대미외교의 첫 시험대가 될 수 있습니다. 노 당선자는 여중생 사망사건으로 촉발된 촛불시위의 주도층인 20∼30대로부터 압도적 지지를 받았습니다. 지지자들의 요구와 노 당선자의 대미관, 그리고 실제 정책 사이의 딜레마가 있는 것이죠.

전인영= 현 정부가 밝힌 SOFA '개선'은 운용적 측면이고, 노 당선자가 말한 '개정'은 구조적이고 법적인 측면입니다. 재판관할권 문제는 후자의 핵심입니다. 전세계 80여개국에 미군을 주둔시키고 있는 미국이 개정에는 상당히 저항할 것입니다. 한국 일본 독일 등 주둔국들이 공조체제를 이뤄 한 목소리를 내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합니다. 어떤 경우든 SOFA 개정으로 나아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겁니다. 더 중요한 것은 대미정책의 우선순위를 종합적으로 수립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우리에게 군사·경제적 이익을 주는 한미동맹의 틀을 유지하면서 주권과 민족주의적 요구를 채워나가야 합니다. SOFA 개정은 중요한 문제이지만, 미국에 대한 우리의 국익이 이것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성적 접근이 필요한 것이지요.

■노무현 정부의 과제

전현준= 선거공약은 현실적으로 조정돼야 합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SOFA 개정문제는 미국에 대해 노력할 만큼 하고, 더 이상 불가능할 때는 국민에게 솔직하게 '죄송하게 됐다'고 말할 용기도 있어야 합니다. 현행 대통령 임기가 5년인 만큼 당장 결판을 내야 한다고 보지도 않습니다. 미국은 9·11 테러 이후 안보 문제에 전념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노 당선자는 최우선적으로 북한 핵 문제 해결에 매달려야 할 겁니다. 실제 이라크에 집중된 미국의 칼날이 노 당선자가 취임할 즈음 북한쪽으로 돌려질 수도 있는 위급한 상황입니다. 노 당선자는 남한의 '주도적 역할'을 강조했지만 쉽지 않을 겁니다.

전인영= 노 당선자는 북한으로부터 핵 등 대량살상무기(WMD) 포기를 받고 대신 경제협력 제공, 경제제재 철회, 체제보장 등을 주자는 일괄타결 방안을 제안해 놓은 상태입니다. 그러나 현상은 미국은 선(先) 핵 포기를, 북한은 선(先) 불가침조약 체결을 요구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노 당선자는 미국의 압박과 일본의 경제력을 적절히 활용해 북한과의 타협을 도출해내야 하는 과제를 갖고 있습니다.

전현준= 미국은 '결코 규칙위반에 대한 보상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북한은 대가없이 포기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결국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경수로 사업과 같은 '평화비용'이 소요될 수 있습니다. 당선자가 주도적 해결을 모색하려 한다면, 남북대화에서 핵 문제를 정식 의제로 제기하는 등 적극적 행보가 필요합니다.

전인영= 노 당선자에게 부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아무래도 첫 정상외교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서둘러서는 안됩니다. 김대중 정부시절 부시 정권을 잘 알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회담을 갖고 서로 일방적인 얘기만해 불협화음을 증폭시킨 사례가 되풀이 돼서는 안됩니다. 노 당선자가 그런 실패를 할 경우 훨씬 더 큰 피해를 입을 것입니다.

전현준= 내년 1, 2월께 이라크 공격을 검토중인 부시 행정부는 한국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고, 북한 핵 문제도 미룰 수 없는 현안입니다. 그러나 정상회담은 바쁘더라도 돌아가는 심정으로 다양한 한미간 채널을 활용해야 합니다. 남북 정상회담의 시차 조율 문제도 제기될 수 있습니다. 한미 정상회담 이전에 남북 정상이 만나기는 쉽지 않겠지만,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현 정부 임기중에 답방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전인영= 노 당선자는 촛불시위와 인터넷 세대의 정치참여 등 당선의 밑거름이 된 우리 사회의 결집력을 외교력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합니다. 노 당선자가 후보 때보다 훨씬 폭 넓게 민심을 수렴하는 자세로 임한다면, 우리 내부의 갈등을 줄이면서 당면한 과제를 풀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정리=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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