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의 주범으로 알려진 활성산소(Free Radical·유해산소)를 없애는 항(抗)산화제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얼마 전 프랑스 르몽드지는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항산화물질이 많이 함유된 파파야즙을 먹고 상태가 호전되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에이즈 바이러스(HIV)를 처음 발견한 프랑스의 뤼크 몽타니에 박사는 "음식을 에너지로 바꾸는 대사과정에서 발생하는 독성 산화물질인 활성산소는 파킨슨병 같은 신경퇴행성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이라며 "항산화물질이 풍부한 파파야즙이 증세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많은 과학자들은 항산화물질은 활성산소를 없애 각종 질병과 노화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얘기한다. '활성산소가 죽음을 부른다'라는 책으로 유명한 일본의 니와 유키에는 "인간의 질병 가운데 90%가 활성산소 탓"이라고까지 주장한다.
■활성산소란?
사람이 음식물로 탄수화물 등을 섭취하면 호흡을 통해 몸에 들어 온 산소와 결합하는 대사가 일어나면서 에너지가 발생한다. 이 때 가장 이상적인 대사작용은 에너지원과 산소가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하지만 과도한 운동이나 폭음, 과식 등으로 인해 에너지원과 산소의 균형이 깨지면 대사과정에서 남거나 부족한 산소가 불안정한 상태로 바뀐다.
이렇게 체내에 남는 산소 대사의 찌꺼기가 바로 활성산소다. 활성산소는 특히 스트레스를 받거나, 흡연, 음주, 대기오염, 살충제 등으로 이물질이 체내에 유입했을 때 많이 발생한다.
활성산소는 세포막의 주성분인 지질의 과산화현상을 불러와 세포막의 생체보호 및 신호전달 체계를 무너뜨리고, 적혈구를 파괴하며 단백질 과산화 현상을 초래해 단백질로 구성된 소화효소 등 체내의 각종 효소 기능을 떨어뜨린다.
노화방지 전문 병원인 클리닉마음 김정욱 원장은 "몸 속에 활성산소가 많아지면 주름, 검버섯, 탄력저하 등 피부노화 현상과 백내장, 황반성 질환 등 안질환, 그리고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등 뇌질환, 당뇨병, 심장혈관질환, 동맥경화, 류마티스 관절염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활성산소는 또한 기미, 주근깨, 거친 피부, 반점, 아토피성 피부염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항산화제가 노화 방지
활성산소는 대부분 체내에서 생성되는 항산화효소(SOD, 카탈라아제, 글로타치온 등)와 음식물로 섭취하는 비타민 C·E, 베타카로틴, 플로보노이드, 셀레늄 등의 항산화제에 의해 무력화된다. 문제는 없어지지 않고 남는 약간의 활성산소인데, 항산화제를 풍부히 공급해 주면 이마저도 없앨 수 있다.
이렇게 활성산소를 무력화하면 노화방지는 물론 수명연장에도 큰 효과가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크노화연구소 사이먼 멜로프 박사는 1주일 밖에 살 수 없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쥐에게 비타민C와 비타민E 등 항산화제를 투여한 결과, 수명이 4주로 연장됐다고 밝혔다. 고려대 구로병원 심혈관센터 오동주 교수는 "활성산소를 무력화시키는 황산화제가 노화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많은 연구를 통해 밝혀지고 있는 만큼 황산화 효과가 있는 과일과 야채를 충분히 먹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비타민 A·C·E등 항산화물질은 음식통해 섭취를
노화를 방지하는 대표적인 항산화물질로는 비타민 A·C·E, 베타카로틴, 플라보노이드, 셀레늄, 안토시아닌, 알리신 등이 있다.
토코페롤이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져 있는 비타민E는 인슐린 저항을 개선시켜 당뇨병을 호전시킬 뿐만 아니라 동맥경화증과 알츠하이머병(노인성 치매)을 완화하며 면역력 증강에 도움을 준다. 비타민 E를 많이 함유한 음식으로는 보리, 밀, 옥수수 기름, 올리브 기름, 해바라기씨 기름, 시금치, 브로콜리, 케일, 근대 등이 있다.
또 비타민C는 열무, 풋고추, 고춧잎, 피망, 시금치, 연근, 양배추, 부추, 고구마, 감자, 딸기, 오렌지, 귤, 키위, 사과, 레몬 등에 많이 포함돼 있다. 셀레늄은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며, 플로보노이드는 항산화작용과 함께 항염증작용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외에 적포도에 함유돼 있는 레스베라트롤도 심장동맥의 손상을 줄여주고 심장발작과 뇌졸중을 유발하는 혈액응고를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 또 옥수수의 노란 알맹이에 있는 제아잔틴과 적색 포도의 껍질에 포함된 안토시아닌, 토마토나 딸기의 라이코펜 등도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갖고 있다.
항산화물질은 음식을 통해 섭취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하지만 매일 항산화물질을 포함하고 있는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먹는 것이 여의치 않으면 시판 중인 항산화제제를 복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권대익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