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활로 모색을 위한 당내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 방법론을 놓고는 선수(選數)와 지역, 이념 성향에 따라 견해차가 커 합의도출까지는 상당한 진통과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의원들은 당의 쇄신과 단합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일치하지만, 문제는 우선순위다. 당 지도부와 중진들은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구성된 새 지도부를 중심으로 결속, 대여(對與) 역량을 강화하면서 2004년 17대 총선을 기약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소장파와 일부 개혁 성향 중진은 획기적 당 개혁이 전제되지 않는 지도부 개편은 의미가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당내 소장 의원 그룹인 '미래연대'의 오세훈(吳世勳) 의원은 "당 정치개혁 특위를 가동, 쇄신 안을 마련하는 게 급하다"며 "현 체제에서 전당대회는 돈 싸움의 재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규철(沈揆喆) 의원도 "국민경선도 그랬듯이 우리 당은 변화를 선도하지 못하고 줄곧 끌려 다녔다"며 "이번에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 소장파는 '원내중심 정당'으로의 탈바꿈을 한 목소리로 요구하고 있으며, 최병렬(崔秉烈) 김덕룡(金德龍) 의원 등 일부 중진도 같은 의견이다.
이에 대해 박희태(朴熺太) 최고위원은 "무슨 말인지 실체를 모르겠다"며 "중요한 것은 기구의 쇄신이 아니라 '무조건 반대'와 같은 운영행태의 쇄신"이라고 반박했다. 이한구(李漢久) 의원은 "원내 정당은 비현실적 발상"이라며 "지금은 30, 40대에 대한 비전제시를 위한 당의 진용쇄신이 필요한 때"라고 조기 전당대회에 찬성했다. 서청원(徐淸源) 대표, 강재섭(姜在涉) 최고위원도 조기 전당대회 주창자들이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일단 금주 중 쇄신위원회를 신설, 당 개혁과 전당대회 문제 등을 포괄적으로 논의토록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원내 정당 전환 등 개혁방향에 대한 입장 차이가 워낙 크고, 일부 중진 사이에는 전당대회 시기를 둘러싼 이견도 표출되고 있어 순항여부는 미지수다. 한나라당이 분열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는 변화의 소용돌이로 서서히 빠져들고 있다.
/유성식기자 ssy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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