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은 어느 것이나 지은이의 남다른 노력에서 나오겠지만, 최상일(MBC PD)의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1, 2'(돌베개 발행)는 유독 땀 냄새가 훅 끼치는 책이다. 사라져가는 민요를 찾아 10년 넘게 전국을 샅샅이 누비며 발품을 판 끝에 나온 결실이기 때문이다.그는 MBS 라디오의 음악 PD로 일하면서 1989년부터 민요 수집과 기록에 매달려왔다. 그렇게 수집한 민요 1만 4,000여 곡을 자료집 9권, CD 103장의 '한국민요대전'(1999년)으로 집대성한 데 이어 '한국 구전민요에 관한 교양서'라 할 수 있는 이 책을 썼다.
민요 연구자들의 필독서가 된 이 책은 민요 기행이 아니라 민요를 설명하는 책이다. 150편의 민요를 골라 1권 노동요, 2권 의례요, 유흥요, 기타 민요로 나눠 싣고 각각의 민요가 불리던 현장과 삶의 모습을 전하고 있어 생생한 민족지에 가깝다.
방송사에서 음악방송 PD로 일을 시작한 그는 민요 프로가 없다는 점에서 민요 프로를 제안했다가 민요의 깊고 넓은 세계로 아예 빠져버렸다. 13년 적공 끝에 '걸어다니는 민요 사전'이 된 그는 자신이 해온 작업을 '진흙 속에서 옥돌 찾기'에 비유한다. "묻혀서 없어질 뻔한 훌륭한 옥돌이 얼마나 많은지 보여주는 게 가장 큰 보람이자 즐거움이죠. 우리 민족의 삶과 정서가 고스란히 담긴 민요는 토종 유전자를 간직한 귀중한 문화유산입니다. 그런데 민요를 부를 수 있는 분들이 하나 둘 세상을 떠나고 있어 지는 해의 꼬리를 잡는 격으로 안타깝기만 합니다."
그는 자신의 작업으로 민요가 더 널리 알려지고 연구가 활발해졌으면 한다. 특히 국악 쪽에서 민요 연구가 소홀했음을 비판하면서, 민요에 관한 인류학 국문학 음악학의 공동연구가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그동안 민요 연구는 국문학은 가사 분석에, 음악학은 음악 분석에 치중하는 반쪽 짜리로 이뤄져왔고, 문화적 맥락을 짚어줘야 할 인류학은 민요에 눈을 돌리지 않아, 민요의 전체적인 모습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한 편이다. 그의 책은 인류학적 방법론을 기반으로 하고 약간의 국문학적 방법론을 보탬으로써, 민요 연구의 빈 자리를 채우고 있다.
그의 작업은 계속된다. 최근 1960∼70년대 북한에서 녹음된 민요 자료를 대량 입수, 내년 초 10장 쯤의 CD로 내놓을 계획이고, 남북한과 중국 조선족 학자들이 참가하는 민요 학술회의를 1월 20일께 중국에서 여는 것도 추진 중이다. 북한 민요의 현지 답사는 그의 오랜 꿈으로, 최근 가수 이미자씨의 평양 공연 때 따라가 그런 의사를 전달하고 왔다. 북한 지역의 민요 가창자들이 죽기 전에 만나야 할 테니 어서 빨리 통일 분위기가 무르익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약력 1957년 경기 여주 출생 서울대 사회학과 1981년 MBC 입사, 현재 라디오본부 특임 CP 주요 제작물 '한국민요대전' '한민족기행' '최상일의 민속기행' '풍물굿―자연과 인간과 신령의 만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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