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는 20일 오전 8시20분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 참배로 당선자로서 첫 일정을 시작했다. 이날 오전 7시40분께 명륜동 자택을 나선 노 당선자는 환한 얼굴로 "늦잠을 잤다"고 말문을 열었고 가장 먼저 해야 할 과제로 "제일 중요한 일을 가려내기는 쉽지 않지만 인수위 준비가 첫번째"라고 밝혔다.그는 후보 신분 때와는 사뭇 달라진 삼엄한 경호를 받으며 자택을 출발, 여의도 민주당사에 들러 한화갑(韓和甲) 대표 등 주요 당직자들과 함께 동작동 국립묘지로 향했다. 노 당선자는 현충탑에 분향, 참배한 뒤 방명록에 "멸사봉공하겠습니다. 노무현"이라고 적었다.
이어 국회의원회관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마친 후 오전 10시께 당사로 돌아오자마자 8층 사무실에서 청와대 경호실 업무보고를 받고 "시민들에게 불편을 줄 수 있는 교통신호 통제 등은 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오전 10시40분께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축하 인사를 전하려고 찾아 온 박지원(朴智元) 청와대 비서실장과 만났다. 20분간의 환담에서 박 실장은 김 대통령이 23일 노 당선자와 오찬 회동을 원한다고 전했고 노 당선자도 이를 받아들였다.
박 실장은 '복수환(福壽丸)'이라는 난(蘭)을 건네면서 "김 대통령 내외께서 '가장 위대한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전했고 노 당선자는 "감사합니다. 다 건강하시죠"라고 화답했다. 노 당선자는 또 "선거문화가 많이 바뀌었다. 옛날에는 청와대에서 돈 도 좀 줬는데…"라고 농담을 던져 좌중의 웃음을 유도했다.
노 당선자는 이어 선대위 본부장들과 짧은 회의를 갖고 인수위 구성 등 당면 문제를 논의 한 뒤 전경련회관 20층 식당에서 200여명의 선대위 간부들과 오찬을 겸한 선대위 전체회의를 열었다. 노 당선자는 또 오후 3시 당사에서 토머스 허바드 주한 미대사의 방문을 받고 "한미 간 우호관계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후에는 휴식을 취하며 향후 국정운영 등에 대한 '구상의 시간'을 가졌다.
노 당선자는 저녁 6시30분 민주당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가졌고 9시에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는 등 분주한 당선 첫날을 보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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