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시민단체 2002대선유권자연대에 지난달 27일 이후 17일까지 모두 253억 6,700여만원을 선거자금으로 썼다고 밝혔다. 액면 그대로라면 법정선거비용 한도액 341억 8,000만원보다 훨씬 적게 쓴 셈이다. 불과 5년 전 대선에서 각 당이 수천억원의 선거자금을 썼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믿기 힘든 액수다. 당직자들은 '돈 먹는 하마'로 통하는 대규모 정당연설회가 거의 사라져 자금 수요 자체가 많이 줄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자금 공급이 크게 줄어 든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한나라당이 신고한 선거비용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큰 항목은 신문·방송 광고비 등 홍보·선전비로 전체의 67%나 됐다. 이어 인건비(29억원), 차량 등 장비비(21억원) 순이다. 일선 지구당에 지원한 시·군·구 지원비는 18억원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실제로 지구당에 내려 보낸 '실탄'은 유권자수와 지역 특성 등에 따라 수천만원에서 1억 3,000만원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지구당마다 평균 3차례 실탄을 지급 받았고 일부 전략 지구당에는 2,000만∼5,000만원이 추가로 내려 간 것으로 돼 있다. 이런 비공개 실탄과 중앙당 이외에 시도지부나 지구당이 조달해 쓴 실탄 등을 포함하면 선거비용 한도액은 충분히 소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한나라당은 선거 결과가 불투명하던 18일 남은 자금을 모두 모아 사정이 급한 부산·경남 등의 일부 지구당에 2,000만원 안팎을 보냈으나 저녁 늦게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대표의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 지지 철회로 승산이 커지자 상당액의 집행을 보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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