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은 노인과 임산부, 당뇨병과 혈관계 질환자에게 매우 위험한 계절이다. 감기와 독감의 위력이 거세지고 규칙적으로 하던 운동마저 추운 날씨를 핑계로 그만두기 일쑤기 때문이다. 특히 길이 얼어붙으면 낙상 골절이 늘어나고, 실내외 온도차로 뇌졸중(중풍) 등 성인병 발병률도 높아진다. 노약자들의 건강한 겨울나기에 대해 알아본다.■노인
나이가 들수록 겨울은 혹독하다. 각종 골절 위험과 뇌졸중 발병 가능성이 높아 건강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 자칫 '큰 일'을 당할 수 있다.
특히 매년 3만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가는 뇌졸중은 겨울철에 노인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가장 무서운 질병이다. 혈관계 질병인 뇌졸중은 혈관이 수축돼 혈압이 상승하면서 발병한다. 뇌졸중은 새벽과 아침에 많이 발병하므로 잠자리에서 일어난 직후 차가운 바깥 바람을 쐬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평소에 운동하지 않는 사람이 겨울에 운동을 시작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몸의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추운 곳으로 이동하면 갑자기 혈관이 수축해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대개 혈압 등 자신의 몸 상태를 잘 모르고 주의하지 않다가 갑자기 발병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65세 이상의 노인은 평소 자신의 상태를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또 노인은 돌방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골밀도가 낮아 넘어지면 손목, 척추, 엉덩이 부위에 골절상을 당하기 쉽다. 서울대병원 신경과 김상윤 교수는 "매년 65세 이상 노인 중 30% 정도가 낙상을 경험하고 이 가운데 0.5%가 사망하기 때문에 겨울철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골절에 대한 특별한 예방법은 없다. 눈이 내렸거나 혹한이 닥쳤을 때는 외출을 삼가는 게 상책. 부득이 나가야 한다면 가족 등 보호자와 함께 나가야 한다. 또 칼슘제제 등을 꾸준히 섭취, 골밀도를 높이면서 맨손 체조와 같은 가벼운 운동을 꾸준히 해 뼈에 활력을 주는 게 필요하다.
■임신부
임신중독증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임신 중 혈압이 올라가는 자간전증(子癎前症)은 12월에 전체 발병률의 20∼30%를 차지하는데 갑자기 경련이 일어나 사망할 수 있기 때문에 아주 위험하다. 자간전증의 발병 원인은 정확히 규명되지는 않았으나 평소에 고단백 음식과 저칼로리 위주의 식단이 예방에 도움을 준다. 임신 전 몸무게보다 15㎏ 이상을 넘으면 곧 임신중독증과 산후 비만을 몰고 오기 때문이다. 한편 감기나 독감에 걸렸을 경우 태아 건강을 위해 무작정 약물을 먹지 않는 게 바람직하지 못하다. 호산산부인과병원 방장훈 원장은 "경우에 따라선 복용 가능한 약들이 있으므로 주치의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당뇨병 환자
당뇨병 환자는 사소한 질병에도 조심해야 한다. 곧바로 면역력 저하로 이어지고 호르몬 분비 조절에 이상이 생기기 때문이다. 특히 감기 몸살이나 독감, 요로감염 등은 스트레스호르몬(글루카곤, 에피네프린 등)의 분비를 증가시켜 혈당을 올라가게 만든다. 따라서 평소 당뇨병 관리를 위해서 먹는 약제나 인슐린의 양을 늘려줘야 한다.
그러나 감기나 몸살에 걸리게 되면 고열과 근육통 등의 증상으로 인해 식사를 거르고 약물이나 주사의 투약시간을 잊는 경우가 다반사다. 심한 경우 당뇨병성 케톤산증이나 고(高)삼투압성 혼수 등의 당뇨병성 합병증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반면 열이 없이 구토와 설사가 지속돼 영양공급에 문제가 생기면 혈당이 떨어져 쇼크 상태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당뇨병 환자는 감기나 겨울철 급성질환에 걸리게 되면 자의적으로 약물을 줄이거나 늘려서는 안 된다.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내과 김광원 교수는 "당뇨병 환자는 겨울철에 동상에 잘 걸릴 수 있으므로 외출시 발 관리에 남들보다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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