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사진)대표는 18일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에 대한 지지 철회를 전격선언, 파문이 일고 있다. 정 대표는 이날 서울 종로에서 노 후보와 공동유세를 가진 뒤 밤 10시 30분께 김행(金杏) 대변인을 통해 성명을 발표, "정책공조와 상호존중 등 후보단일화의 큰 원칙이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노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며 국민은 각자 현명한 판단을 하기 바란다"고 밝혔다.성명은 "노 후보가 서울 명동유세에서 '미국과 북한이 싸우면 우리가 말린다'는 표현을 썼는데, 미국은 우리의 우방으로 북한과 싸울 이유가 없다"면서 "이는 양측이 합의한 정책공조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3·4·5면
그러나 정 대표의 노 후보 지지 철회는 이날 저녁 종로에서 공동유세를 갖던 중 노 후보가 '다음 대통령'을 언급하며 정 대표를 격하한 발언이 직접적 원인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변인은 "노 후보의 유세발언 중 정 대표가 모욕감을 느낀 내용이 있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날 저녁 을지로 음식점에서 당직자들과 긴급 대책회의를 가진 자리에서 "정책공조가 안될 것을 알면서도 이대로 가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일"이라고 말했다고 정광철(鄭光哲)공보특보가 전했다.
대선을 하루 앞두고 민주당과 국민통합 21의 후보단일화 및 정권 공동운영 합의가 파기됨에 따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와 노 후보의 접전 양상인 선거구도에 적지않은 변화를 몰고올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노 후보는 이날 저녁 종로유세에서 청중을 향해 "일부가 피켓에 '다음 대통령은 MJ'라고 썼는데, 너무 속도를 위반하지 말라"면서 "여성대통령 감인 추미애(秋美愛) 의원과 내 등을 떠받쳐주는 정동영(鄭東泳) 최고위원도 있는데, 여러 사람이 있는 게 든든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노 후보는 이어 "서로 경쟁하며 원칙을 지키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노 후보는 이날 밤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대책회의를 가진 뒤 민주당 정대철(鄭大哲)선대위원장과 함께 평창동 자택으로 정 후보를 찾아가 성명 철회를 요청하려 했으나 정 대표를 만나지 못했다. 노 후보는 19일 새벽 "대국민 약속인 정 대표와의 공조가 일부 오해 때문에 파기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오해를 풀고 공조를 유지, 대선을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한나라 "필연적인 결과"
한나라당은 18일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대표의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 지지 철회에 대해 "필연적인 결과라고 본다"면서 "이른바 후보단일화가 정권차원의 치밀한 시나리오에 따른 사기극임이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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