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18일 밤 국민통합21 정몽준 대표가 노무현 후보 지지 철회를 전격 선언하자 충격과 경악에 휩싸였다. 특히 노 후보가 19일 새벽 서울 종로구 평창동 대표 자택을 방문, 유세발언의 진의를 해명하려고 했는데도 정 대표가 만남 자체를 거부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크게 낙담하는 표정이었다.노 후보는 새벽 1시10분께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을 통해 "대북정책과 관련해 나는 한미동맹 관계가 우리 안보의 근간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말린다'는 표현은 미국과 북한 사이의 문제를 푸는데 우리가 주도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해명하는 등 공조를 복원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새벽 늦게까지 당사를 지키던 당직자들은 노 후보와 정 대표에게 동시에 불만을 표하며 "국민이 어떻게 보겠느냐"고 망연자실해 했다.
노 후보는 이날 밤 10시20분께 거리유세를 마치자마자 급히 여의도 당사로 돌아와 긴급 선대위 본부장단 회의를 소집, 사태 진화 방안을 논의했다. 김원기(金元基) 고문 등 10여명의 선대위 간부진이 참석한 회의의 분위기는 납덩이처럼 무거웠고, 누구도 뚜렷한 타개책을 내놓지 못했다. 노 후보측은 한때 정 대표의 소재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발을 굴렀다.
밤 11시35분께 정 대표가 평창동 자택에 있음을 확인한 노 후보는 정대철(鄭大哲) 선대위원장, 이재정(李在禎) 유세본부장 등과 함께 "정 대표를 만나러 간다"는 말만 남기고 당사를 떠나 황급히 승용차에 올랐다. 이낙연 대변인은 "오해가 있으면 풀 것이며 모두 잘될 것"이라고 애써 낙관하기도 했다.
앞서 민주당은 통합21측의 공조 파기 선언 소식이 전해지자 즉각 한화갑(韓和甲) 대표와 정대철 선대위원장, 이상수(李相洙) 정범구(鄭範九) 김성호(金成鎬) 조배숙(趙培淑) 의원 등을 여의도 통합21 당사에 보내 "노 후보 발언의 진의가 왜곡됐다"며 통합21측의 마음을 돌리려 애썼다. 그러나 30여분 만에 돌아온 정대철 위원장의 표정은 어둡고 무거웠다. 민주당 당직자들은 투표일을 하루 앞두고 터진 통합21과의 공조파기라는 악재가 선거의 향배의 어떤 영향을 미칠지 걱정하면서 밤을 지샜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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