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들은 관객이 영화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통상 100분 정도라고 보고 있다. 영화 대부분이 1시간 30분 내외인 것은 이런 이유도 있다.그러나 요즘 영화들은 좀 다르다. 일단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이 2시간 41분, '반지의 제왕―두개의 탑'이 2시간 59분이고 연말 개봉하는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피아니스트'가 2시간 28분. 내년 2월 개봉하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갱스 오브 뉴욕'은 2시간 48분에 이른다.
미국영화의 러닝 타임은 언제나 논란이 되어온 게 사실. 1939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장장 3시간 42분에 달했고, '타이타닉'도 3시간 14분으로 실제 타이타닉의 침몰시간 2시간 40분보다도 30여분을 더 끌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물론 이런 한국영화도 있다. '색즉시공' 96분, '몽정기' 94분, '품행제로' 96분.
긴 영화와 짧은 영화는 일단 대서사시와 코미디라는 장르 차이가 있지만 그 보다 더 큰 차이는 감독의 지명도이다. '영화 좀 만든다'는 감독들은 120분 미만으로 영화를 잘라내는 것을 수치로 여기는 듯, 일단 길게 끈다. 길다고 지루하고, 짧다고 시간이 금세 가버리는 것도 아니다. 시시한 조폭 영화관람 후 한 잡지 편집장은 "1시간 40분 동안 다음 주 지면 레이아웃까지 마쳤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예술'이 아니라 가족 선물로, 혹은 데이트 코스의 한 과정으로 영화를 보는 사람들에게 2시간 30분이 넘어가는 상영시간은 이래저래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긴 영화를 볼 때 유의할 점 몇 가지. 일단 관람 전 공복을 유지하는 게 좋다. 기다리기 지루하다고 콜라나 생수, 커피 등을 벌컥벌컥 마시고 들어가면 1시간 40분 이후부터는 심장박동이 빨라지며, 이마에 식은 땀이 나며 다리가 꼬이기 시작한다. 둘째, 가급적 복도편 자리를 잡아라. 이 역시 앞과 같은 이유. 셋째, 전날 충분한 수면을 취하라. 요즘 아이들 부모 사정 안 봐준다. "아빠, 그만 자"란 소리 듣기 십상.
한 영화 수입업자는 이런 방식을 제안했다.
'해리포터가 기차타고 마법 학교로 돌아가 공놀이 좀 하다 상을 받는다"는 축약본은 러닝타임 1시간에 3,000원, '해리포터가 어려움을 뚫고 학교로 돌아가 비밀의 방에 갇혀버렸다'까지 1시간 30분짜리에 5,000원…. 말도 안 된다고? 그 수입업자 썰렁한 청중 반응을 접하고, 여기까지 얘기하다 말았다.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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